예상치 못한 일이 주는 즐거움
무료로 유튜브 영상교육을 해주는 프로그램 면접을 보고 나왔다. 날이 좋은 데다 이동 시간에 비해 턱없이 짧았던 면접 시간이 아쉬웠고, 해는 쨍쨍했다.
햇빛을 즐길 겸 면접장 앞 공원이나 가자는 생각에 횡단보도 앞에 섰다. 횡단보도를 건너니 같이 면접을 봤던 같은 조 남자가 있었다. 친근하게 인사하기도, 무시하고 가기도 애매한 거리와 사이. 어색하게 ‘안녕히 가세요’라는 인사를 건넸을 때 그가 나에게 다가왔다.
남자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나에게 어디로 가냐 물었다. 나는 공원에 갈 거라고 답했고, 남자는 자신이 면접에서 떨어질 것 같아 울적하다며 같이 걷자고 했다. 거부하기 애매한 타이밍과 상황. 대화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내디딘 몇 걸음 사이 남자가 대뜸 물었다.
“혹시 22살이세요?”
너무나 뜬금없이, 오랜만에 들어보는 숫자에 헛웃음이 먼저 튀어나왔다. 이어서 남자의 의도가 단번에 파악됐다. ‘이 남자 22살이구나.’ 역시나 남자는 22살이었고, 나는 28살이라고 하니 자기는 98년생, 누나는 92년생이라며, 누나를 보고 실은 2002년생인 줄 알았다는 터무니없는 농담을, 진심이라 느껴질 정도로 진지하게 했다.
남자가 쓰는 단어나 표현을 봤을 때 남자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고, 다방면에 관심과 지식이 있는 사람이었다. 남자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을 ‘올드보이’라 지칭하면서, 군만두를 먹는 대신에 국민 세금을 먹는다는 말과 함께 대뜸 나에게 던진 말.
“누나가 국회의원이 돼야 해요. 국회의원에는 젊은 피가 필요해요. ”
'이 무슨 전개지?' 생전 처음 진행되는 대화 스타일에 할 말을 잃고 웃음만 나왔다. 이 친구 참으로 특이한 친구구나, 생각했다. 계속 웃는 나에게 자기가 실은 그렇게 웃긴 사람은 아니라고 말하는 그 진지함.
계획에 없던 예상치 못한 일은 활력을 준다. 처음 만난 생뚱맞은 이 친구 덕에 한참을 웃었고, 내가 생각하는 사람 성격의 범주가 넓어졌으며, 예정에 없던 즐거움을 느꼈다. 남자와 함께 공원을 걷지 않았다면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일들.
내가 국회의원이 돼야 하는지, 국회의원에 나와 같은 젊은 피가 필요한지는 모르겠다만, 뜬금없이 예상치 못한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일은 어떤 방식으로든 활력을 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