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날이 있다. 몸은 한 없이 녹아내려 한 걸음 떼는 게 버겁고, 마음은 그보다 더 깊은 곳으로 추락해 그 마음을 어떻게 끄집어낼지 갈피조차 잡지 못하는 날.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휴대폰만 하고, 휴대폰만 하는 나를 한심하게 여기면서도,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그러다 밝았던 창밖의 세상이 점점 어둑해지다 마침내 까매졌을 때, 내 마음은 저 어둠 속 어딘 가로 사라져 버려 손조차 내밀 수 없는 날. 무기력한 나를 정면에서 응시하는 순간 스스로 패배자라 인정해버리는 것만 같아, 나의 시선조차 두려운 날. 오늘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으니 내일은 오늘과 다르길 기대하는 것뿐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바람인 날.
‘나만 이런 거 아니잖아.’
그렇다고 코앞도 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같이 어둠을 헤쳐나갈 사람을 찾아낼 힘도, 자신도 없다.
그럴 힘이 있다면 먼저 그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섰겠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이 어둠을 벗어나려고 억지로 애쓰지 않는다. 어둠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린 후 조금씩 보이게 될 때 움직이는 게 더 효율적이니까. 그래서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