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싫은 이유

카카오톡이 생일을 알려주는 이유

by 진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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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 싫었다. 생일이 싫은 이유는, 축하받는 것을 기대하는 내 모습 때문이었다.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으니까. 그게 겁났다.


몇 주 전 생일이었다. 카카오톡에 생일을 등록한 덕에 ‘오늘이 내 생일이다’라고 나를 대신해 카카오톡이 알렸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일부러 휴대폰을 저 멀리 치웠다. 기대하는 내 모습을 나에게조차 들키기 두려워서였다. 기대를 안 한다 마음먹으면서 한편으로 기대하는 내 모습이 웃겼다. 나는 사랑받기를 원하면서, 겁이 많은 사람이다.


그동안 카카오톡에 생일을 등록해 놓지 않았었다. 내 생일을 주변에 알리고 축하를 받는다는 사실이 낯간지러웠다. 내 생일을 외우고 있는 주변의 몇몇에게만 축하를 받는 것이 마음 편했다. 막상 나는 외우고 있는 친구 생일이 몇 안 되면서도, 나와 친한 이들이 나의 생일을 외우고 축하해줬으면 하는 욕심. 그럼에도 이번에 생일을 등록한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관심을 원해서일까?


친한 친구들부터 평소 연락하지 않는 몇몇 친구들과 친척 언니 오빠가 카카오톡에 뜬 나의 생일을 보고, 메시지와 선물을 보내왔다. 요즘 세상 참 편하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빚이다. 준 만큼 되돌려 받았으며, 받은 만큼 되돌려 줘야 할 것이다.


어떠한 축하도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 보면, 나도 이제 때가 많이 묻었나 보다. 생일을 축하받는다는 기대감이 생일을 축하해줘야 하는 부담감으로 변질된다.

‘받고 모른 척할 순 없잖아.’

그래서 카카오톡이 우리의 생일을 대신해서 알려주나 보다. 친절한 매니저인 줄 알았는데, 고도의 마케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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