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소개팅 앱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

by 진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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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엔 유독 모태솔로가 많다. 모태솔로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연애를 원하거나 원하지 않거나. 연애를 원하는데 하지 못하는 부류의 특징은, 자신의 상황보다 눈이 너무 높거나, 남자를 만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 모태 솔로인 친구를 만났다. 키가 크고 늘씬하며 얼굴도 예쁜데 연애엔 늘 실패했다. 그 친구가 나를 만나기 전날 어떤 남자와 데이트를 했다고 했다. 같이 맥주를 마시고 코인노래방에 가서 열창했다는 말에 소개를 받았냐 물었더니, 소개팅 앱으로 만났다고 했다. 그 남자를 만나기 전 다른 두 명과도 데이트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나는 소개팅을 좋아하지 않는다. 서로 미리 많은 정보를 알고 만난다는 점에서 재미가 떨어지고, 자연스레 만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따지는 내가 싫다. 물론 나처럼 상대도 나의 여러 부분들을 따져보겠지. 그렇게 서로 대놓고 탐색하는 공기가 싫다. 그리고 이제 더는 스물한 두 살도 아니잖아. 소개팅에서 조건 따지지 않는 사랑을 찾는 건 너무 순수한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친구가 말해 준 소개팅 앱을 깔았다. 호기심 반 심심함 반 때문이었다. 물론 연애를 하고 싶었다. 누군가와 데이트를 하고 설렐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짜릿했다.

앱 안에는 수많은 남자가 존재한다. 수많은 남자만큼 많은 사진과 정보가 떠다닌다. 마음에 들면 오른쪽으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왼쪽으로. 간단하다. 대부분의 첫인사는 가볍다. 가끔 지나칠 정도로 진지한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이 더 의심스러워 보이는 공간이다. 적당히 진중한 첫인사를 보내온 남자의 프로필을 클릭해 사진과 정보를 확인하고 답장을 하면 매칭 성공.


앱 말고 카카오톡으로 얘기하자는 남자의 말에, 친구에게 남자와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해도 괜찮을지 물었다. 친구는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다가 이상한 사람 같으면 차단하면 된다고, 간단하고도 명료한 답을 줬다. 차단 버튼 하나로 애초에 모르던 관계가 될 수 있는, 매우 가벼운 사이. 앱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런 가벼움 속에서 과연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걸까? 서로 믿을 수 있다면, 만날 수 있겠지.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캐럴과 화려한 불빛이 가득한 세상이기에, 혼자보단 둘의 모습이 따뜻해 보여서일까? 크리스마스는 유독 연인과 함께해야 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괜히 커플이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펑펑 내려 세상이 하얘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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