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넷플릭스를 켠다. 뭐 볼지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오래 걸리는 부분이다. 오늘 함께할 영상은 ‘나는 솔로’. 이번 기수에 나온 남자 중 눈에 띄는 남자가 있다. 눈앞에 띄면 한 대 걷어차고 싶을 정도의 관심?
볼 것도 정했으니 이제 만들어야 한다. 가스레인지 앞으로 가 너구리 한 봉지를 뜯는다. 물을 올리고 스프를 넣고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는다. 물이 보글보글할 때 면을 넣고, 그 사이 쟁반을 꺼내 냄비 받침대와 수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김치를 세팅한다. 나에게 김치 없는 라면은 닭 없는 백숙, 해물 없는 해물탕 정도의 느낌이니까.
면이 어느 정도 익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면 한 가닥 집어 탱탱함을 살핀다. 딱이다. 라면 냄비까지 쟁반 위에 안착하면 세팅 끝. 스페이스 바를 누르고 라면을 입에 넣기 직전, 전화벨이 울린다.
[신돼지]
몇 번 울리다 말면 무시할까 했지만 전화벨은 잠시 멈추더니 곧이어 다시 울린다.
“어 왜?”
“언니 나 렌즈세척액 사려고 하는데 뭐 살까?”
“맘대로 사.”
라면이 붇고 있다.
“아니 지금 세일하거든.”
“그럼 세일하는 걸로 사.”
“하나짜리밖에 세일 안 해.”
“그럼 하나짜리 사.”
“하나짜리는 할인해서 5,500원인데, 두 개 세트는 할인 안하고 11,400원이거든?”
“하나짜리가 이득이네. 나 끊는다.”
너구리여서 인정되는, ‘조금 불어도 되는 한계점’에 다다랐다. 전화를 끊고 아직 김이 나는 라면 한 젓가락을 호호 불어 입에 넣는다. 이어서 김치로 균형을 잡아주는 찰나, 전화벨이 울린다.
[신돼지]
가볍게 무시하고 면발과 김치가 아직 입에 있을 때 국물을 한 입 떠서 싸악. 청양고추의 매콤함이 라면과 김치에 이불을 덮어주는 황홀감을 온전히 느끼기 전, 전화벨이 또다시 울린다.
“아 왜!”
“언니 진짜 마지막.”
한 번 맛본 라면은 참을 수 없지, 다시 라면 한 젓가락과 김치 한 입 먹는 순간…
“단품에는 작은 새끼 하나 붙어있고, 세트에는 큰 새끼 하나 붙어있어. 큰 새끼 붙어있는 게 더 이득이겠지?”
새끼라니… 순간 내 입 안에서 뛰놀아야 할 면발이 모니터 속 눈에 띄는 남자 얼굴로 날아가고, 쿨럭! 잘린 면발과 김치가 키보드 위로 우수수 떨어진다. 황급히 휴지로 닦아보지만 역부족이다. 키보드를 뒤집어 털어내고 싱크대 위 서랍을 열어 물티슈를 갖고 온다. 물티슈로 이곳저곳 닦다 보니 화가 치민다.
“야 내가 너 때문에… 여보세요?”
이미 끊어진 전화, 그리고 라면.
되돌릴 수 없는 불은 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