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2년 만의 소개팅이었다. 준수한 상대의 사진은, 영선이 열심히 준비하게 만들었다. 한껏 차려입고 기대감에 부푼 영선은, 약속 30분 전 이미 레스토랑이었다. 저 멀리 사진 속 남자가 걸어온다. 어플의 힘은 없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 영선은 남자가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선다.
“안녕하세요, 한영선입니다.”
“안녕하세요, 민홍우입니다.”
샐러드, 스테이크, 피자, 파스타. 둘이 먹기에 많은 양의 음식이 한 상 가득이다. 홍우의 주문이었다. 영선이 묻는다.
“평소 먹는 걸 좋아하시나 봐요?”
“부족하게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요, 먹을 때는 확실하게 먹어야죠. 뭐든 확실한 게 좋잖아요!”
입 짧은 영선은 음식을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하지만, 홍우는 영선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대식가였다. 남김없이 다 먹은 홍우가 말한다.
“나가서 카페 가실래요?”
영선은 어쩌면 그와 사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홍우가 계산서를 들고 앞장섰고, 영선은 천천히 짐을 챙겨 계산대 쪽으로 간다. 영선의 몸은 느긋했지만, 머릿속은 괜찮은 문장을 고르기 위해 바빴다.
‘홍우씨가 계산을 마치고 뒤돌면, 잘 먹었다고 하고 커피는 내가 산다고 하면 되겠지?’
이윽고 홍우가 뒤돌아보며 말한다.
“혹시 삼성카드 있어요?”
계획에 없던 말에 영선이 고개를 끄덕이니, 홍우가 씩 웃으며 말한다.
“삼성카드는 30프로나 할인된다고 하네요?”
영선은 홍우와 직원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 급하게 삼성카드를 꺼내 결제한다. 레스토랑을 나오면 홍우가 말한다.
“덕분에 저렴하게 잘 먹었다. 잘 먹었습니다! 커피는 제가 살게요, 어떤 커피 좋아하세요?”
영선은 생각한다. 그의 이 모든 행동은 의도된 것일까 아닐까? 의도했다기에는 표정이 너무나 순수하다. 그가 연기자가 아닌 이상 이런 표정까지 연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여자가 먼저 밥값 낼 수도 있지 뭐. 영선이 말한다.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는 건 아니고, 아아 자주 마셔요.”
롯데리아 안, 영선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서 있고 홍우가 주문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 주세요.”
“2잔 하시면 4,400원입니다.”
“아 그거 말고 1,000원짜리 있잖아요, 스몰. 그걸로 2잔 주세요.”
영선은 홍우의 기똥찬 사이즈 선택에 웃음이 난다. 곧이어 홍우가 영선에게 커피를 건넨다.
“잘 마실게요.”
“뭘요~ 그거 아세요? 롯데리아랑 엔젤리너스 둘 다 롯데 거잖아요. 그래서 원두가 같대요. 엔젤리너스에서 커피 사 먹는 거랑 롯데리아에서 사 먹는 거랑 똑같다는 거죠. 엔젤 가는 사람들 다 바보 같죠? 그게 다 무지에서 오는 손해죠. 하하하하하”
“예…”
영선은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고 짐을 챙긴다.
“전 이만 가볼게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벌써요? 전 아쉬운데…”
“그러게요, 2,200원짜리 아메리카노였으면 좀 더 오래 있을 수 있었을 텐데. 그건 이거보다 양이 많잖아요, 그렇죠?”
“영선씨 그래서 표정이 안 좋았던 거예요? 커피 많이 마시고 싶었으면 말씀하시지… 전 이제 밤이어서 커피 많이 마시면 잠 못 잘까 봐… 저 커피 별로 안 좋아해요, 제 것 더 드세요.”
홍우는 자기 커피 뚜껑을 열어 영선의 컵에 따라주며 씩 웃는다. 영선은 소리 내 웃기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이 영선을 쳐다본다. 홍우가 영선에게 왜 웃냐며 말리지만, 영선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웃는다.
영선은 생각한다. 지독한 계산일까, 눈치 없이 태어난 사람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분명한 건 그는 확실한 색이 있는 사람이고, 다시 볼 일 없는 사람이라는 것.
단지 궁금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