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단편소설

by 진부기

탕!

단상 앞 아이 머리에 겨눠진 총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벽에 파편이 튀는 동시에, 얼굴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된 아이는 어떠한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주검이 된다. 나는 숨소리 혹은 침 삼키는 소리 때문에 들키지 않을까 손을 벌벌 떨며 책상과 커튼 사이 숨어있다. 총을 쏜 남자는 교실에 남아있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총을 쏜다.

탕!

탕! 탕!

탕! 탕! 탕!

남자가 교실을 나가고,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나는 그대로 주저앉는다. 교실에 몇 명이 남았는지, 누가 남았는지 살필 겨를이 없다. 단지 내가 살아있음에 안도하고 감사할 뿐이다. 동시에 분노한다. 왜 나는 가만히 있는 것밖에 할 수 없었을까. 왜 나는 벌벌 떨기밖에…


하지만 나서면 죽는다. 나는 총을 쏜 남자를 피해 기숙사로 돌아간다. 기숙사 복도에는 히미코가 있다. 히미코는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공주다. 몇몇이 그녀 옆에서 그녀를 받든다. 한 아이가 실수로 공주의 긴 치마를 밟는다. 히미코는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자마자,

탕!


아이는 피를 흘리며 쓰러지지만, 모두의 관심사는 아이가 아니라 공주다. 아이들은 공주의 치마를 털며 괜찮냐며 걱정한다. 공주는 방으로 들어가고, 나 역시 공주를 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공주는 총을 꺼내 총알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총알을 다 뺀 후 게임을 하자고 한다. 우리의 대답은 중요하지 않다. 공주는 내가 피할 겨를도 없이 내 머리를 향해 총을 겨누고,

탕!


내 머리는 그대로지만, 내 바지는 나의 두려움을 증명하듯 젖는다. 공주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나는 꼼짝 못 한 채 서 있다. 공주는 내 옆 아이에게 총을 겨눠,

탕!

안도의 한숨.

탕!

또 한 번 안도의 한숨.

탕!

파편이 벽에 튀는 동시에, 얼굴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된 아이는 어떠한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주검이 된다. 아이가 흘린 피가 나의 발끝까지 흘러와 닿는다. 어쩌면 그 남자는 히미코가 우리네를 몰살할 목적으로 고용한 킬러일지도 모르겠다.


어떠한 것도 더는 보고 싶지 않아 눈을 감는다. 공주는 힘없는 여자아이다. 우리는 왜 그녀에게 쩔쩔맬까. 왜 이 아이를 제압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다, 우리가 이 아이를 제압한다면 밖에 있는 경호원이 달려들어 와 우리 모두를 죽일 것이다. 모두가 죽는 것보단 한두 명 죽는 게 더 나은 거니까… 더 나은 게 맞나…? 생각하는 순간,

탕!


눈을 뜬다.

탕! 탕! 탕!

3일 전부터 리모델링을 시작한 윗집에서는 쉴 틈 없이,

탕! 탕!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난 악몽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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