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카-톡
카-톡
카-톡
처음에는 간단한 안부 인사가 전부였다.
[밥 먹었어?]
[뭐 해?]
경주에서 만난 사이였다. 나는 가이드 겸 촬영기사였고, 그녀는 관광객이었다. 우리는 2박 3일간 함께 했다. 정확히 말하면 나와 그녀, 그리고 3명의 사람이 함께했다. 나와 그녀는 각별하지도, 그렇다고 서먹하지도 않은, 가이드와 관광객만큼의 거리를 유지한 관계였다. 특이점이라면 동갑이어서 말 놓자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 편하게 말을 주고받았다는 것, 그뿐이었다. 잠깐 즐겁고 끝날 인연. 하지만 그녀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혹은 몹시 심심한 사람이었나 보다.
매일 카톡이 온다. 1년 동안 내가 답을 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은 채, 그녀는 카톡을 한다.
[이거 귀엽지 않아?]
[맛있겠지?]
[요즘 너무 외로워]
[놀러 가고 싶다ㅠㅠ]
친구들에게 그녀 얘기를 하면 미저리 같다며 차단하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차단하지 않는 이유는, 그녀가 가끔 보내오는 기프티콘… 사실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누군가를 차단하는 건 너무 매정한 것 같은, 그런 이유에서다. 카톡을 보낸다고 나한테 어떠한 손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니까. (기프티콘이 이유라고는 말 못 해)
얼마 전에 가방을 샀다. 3개월 무이자 할부, 한 달에 50만 원씩 내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일도 없는데 한 달에 50만 원은 어떻게 내려고, 가방의 영롱한 블랙에 뒷일은 생각하지도 못한 채 고민 없이 질렀다. 그녀에게 카톡이 온다.
[나 가이드해 줄 수 있어?]
1년간 읽씹 해 온 그녀의 카톡에 답을 하자니 속 보이는 것 같지만, 삶이란 게 그런 것이다.
[오랜만이다. 응, 가능하지. 어디?]
[통영]
[내가 또 통영 전문이지, 생각하는 여행 기간은 얼마나 돼?]
[2박 3일, 나 혼자]
혼자라… 이상한 수작은 아니겠지? 뭐 이상해 봤자지. 이번 달 할부금이나 갚자.
[가격은 3일에 사진, 가이드 포함해서 50인데 괜찮아?]
답이 없다. 너무 많은 금액을 부른 건 아닐까, 조금 할인해 준다고 할까 고민하는 찰나,
[그래 좋아, 당장 내일 가능해?]
그녀는 뭐가 그리 급할까? 일은 안 하나? 뭐 거절할 이유는 없다.
[응 마침 가능하네]
[돈은 내일 만나서 입금할게]
[응 원래 선금으로 10% 정도 받기는 하는데, 네가 떼먹을 것도 아니고 바로 내일이니까… 그럼 내일 보자!]
오전 9시 20분, 그녀는 20분째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간 답장 안 한 것 때문에 나 엿 먹이려고 일부러 이런 거 아니야 하는 찰나,
카-톡
[미안 늦었다]
늦었으면 전화를 할 것이지 왜 카톡이래, 그래도 고객 아닌가… 나의 이번 달 할부금을 갚아줄 소중한 고객…
[너 지금 어딘데?]
[지금 네 옆]
옆에 작은 휴대폰이 놓여있다. 휴대폰은 인사라도 하듯 화면을 깜빡인다. 그녀는 휴대폰이 된 걸까? 휴대폰이 그녀를 집어삼킨 걸까? 그녀는 자신이 휴대폰이 된 사실을 모르는 걸까? 알 턱이 없다. 우리는 통영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