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로또 1등에 당첨됐다. 7,10,16,28,41,42. 두 번 보고 세 번 봐도 내 종이 속 번호였다. 분명 회차도 같고, 번호도 같다. 손이 떨린다. 손뿐만이 아니다. 팔, 다리, 몸까지 다 떨려온다. 당첨되면 그 누구보다 침착하자고 다짐했었는데, 막상 당첨되니 떨림을 주체할 수 없다.
그동안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시뮬레이션 해왔다. 당첨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리. 기부단체에서 어떻게든 알아내 찾아온다는데, 그 누구보다 단호하게 뿌리치리. 농협은행 본점에는 일반 업무 보러 온 사람처럼, 아니 직원처럼 들어가리. 당첨금이 든 통장 잔액을 확인하고 치킨 한 마리와 맥주 두 캔을 사서 집에 돌아오리. 엄마가 웬 치킨이냐 물으면 이제 걱정 마시라고, 일 그만하고 쉬시라고, 사업이 잘될 것 같다고 말하리. 다음 날에 제네시스를 뽑으리. 돈은 모두 통장에 넣어둔 채 이자로만 살아가리. 우리 엄마 평생 못 받은 건강검진 꼭 받게 해드려서 건강하고 오래오래 살게 해드리리.
이제 당첨금으로 바꾸기면 하면 된다. 바로 가면 티 날 수도 있으니 딱 2주 뒤에 갈 계획을 세웠다. 시뮬레이션 상, 2주쯤 참는 거 별거 아니었는데, 막상 당첨되니 2주를 참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2주를 참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당첨됐다는 사실을 더 감추기 쉬울 테니까. 그렇게 2주만 참으면 되는 첫째 날이 지났고, 나의 로또 종이가 사라졌다. 너무나 생생해서 눈이 말똥말똥한 느낌, 나에게 벌어진 일을 되새겨보는 시간, 내 몸을 만져보는 순간, 아 꿈…
“아들, 밥 먹어.”
엄마는 매일 아침 나를 부른다. 35살이 넘도록 사회생활은커녕 방에만 있는 내가 밉지도 않은지 엄마는 매일 아침 일을 나가기 전, 나에게 밥을 먹으라고 한다. 그 밥은 너무나 따뜻하고, 당연하다. 방문을 열었다. 어디에서도 밥 냄새가 나지 않는다. 거실에는 온갖 빨간딱지들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밥은 없다. 엄마도 없다. 엄마가 어디 갔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찰나, 추위를 못 이겨 깬다.
서울역 앞, 아침이다. 주머니에서 어제 얻은 빵을 꺼내 먹는다. 차갑고 딱딱하다. 뜬금없는 유방암이 엄마를 집어삼켜 데려간 지 벌써 1년. 엄마의 밥이 먹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토요일 오후, 주머니에서 로또 종이를 꺼낸다. 8시 45분이 되기만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