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여자가 말한다.
“1년 스토킹의 결실이죠.”
에디터는 쉽게 다음 말을 고르지 못하고 둘을 쳐다본다. 남자가 말한다.
“농담이에요. 우리 혜주가 짓궂어요. 저희는 카페에서 만났어요. 제가 커피를 받고 바로 도는 바람에 혜주 옷에 커피를 쏟았거든요. 누군가에게 커피를 쏟고 다행이라 생각한 적은 처음이었어요.”
“첫눈에 반하셨다는 말인가요?”
“맞아요, 첫눈에 반했어요.”
“어떻게 사귀게 됐나요?”
“뻔한데… 그날 제가 번호 물어보고 천천히 다가갔죠. 알면 알수록 혜주가 더 좋아지더라고요. 저희는 비슷한 구석이 되게 많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건 혜주도 좋아하고 있고, 제가 싫어하는 건 혜주도 싫어하고 있더라고요. 저희는 모든 게 닮았어요. 이런 게 운명 아니겠어요?”
이어서 남자는 혜주의 자랑을 늘어놓는다. 남자가 신청한 인터뷰였다. 포털 메인에 뜨는 커플 인터뷰였고, 남자는 혜주를 자랑하고 싶었다. 이렇게 예쁜 애와 이렇게 특별한 사랑을 한다고, 알리고 싶었다. 에디터는 남자의 재잘거림을 흐뭇하게 듣다가 혜주의 시선을 느낀다. 에디터의 촉으로, 이건 적개심이다. 에디터가 혜주에게 묻는다.
“이번엔 여성분에게 질문드릴게요. 남성분이 커피를 쏟았을 때, 여성분도 남성분을 보고 관심이 생기셨나요?”
“아니요.”
“그럼 언제 관심이 생기신 거예요?”
“저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현우한테 관심이 있었어요.”
“음 무슨 말일까요?”
“1년 스토킹의 결실이라니까요. 처음에 말했잖아요. 저희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 거죠. 현우는 맨날 우연 타령하지만.”
“그 정도로 운명적인 만남이었다고 말씀하시는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려면 그렇게 생각하세요. 어차피 원하는 대로 들을 거잖아요.”
현우가 혜주의 눈치를 살핀다.
“혜주 배고프구나. 에디터님 이 정도 인터뷰하면 될까요?”
“그래요 여기까지만 해요, 제가 말씀드린 사진만 내일까지 메일로 공유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에디터가 자리를 뜨고, 현우가 혜주를 끌어안으며 말한다.
“혜주야 뭐 먹으러 갈까? 배고프지? 아침도 못 먹고.”
“저 여자 마음에 안 들어.”
“그러게, 좀 쌀쌀맞다 그렇지?”
“네가 다른 여자한테 친절하게 말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어.”
“알겠어, 안 그럴게.”
“자기는 왜 맨날 내가 스토킹 했다는 말 안 믿어?”
“그걸 누가 믿어. 우린 누가 봐도 우연히 만난 건데. 그리고 너처럼 예쁜 애가 날 스토킹 할 이유가 뭐 있어, 내가 널 스토킹 했다면 모를까. 내가 먼저 너한테 반하고, 꼬시고, 우리 사귄 건데, 바보.”
“자기가 더 바보거든.”
혜주는 진실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어찌 됐건 자신은 솔직했으니 됐다고 생각한다. 혜주가 현우를 처음 본 건 인스타에서였다. 알 수 있는 사람으로 뜬 현우는 알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혜주는 그가 알고 싶어졌다. 그의 타임라인을 매일 보고, 그가 자주 가는 카페와 식당을 알아뒀다. 멀리서 그를 지켜보고, 그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기록했다. 그렇게 1년.
이 세상 모든 스토킹이 실패하는 이유는 첫 만남이 구려서다. 첫 만남을 계획할 필요가 있었다. 그가 좋아할 스타일의 옷을 입고, 그가 좋아할 만한 화장을 하고, 그가 자주 가는 카페에서, 그가 커피를 받아 뒤를 돌 때 그의 뒤에 섰다.
그는 모른다. 그는 안다. 그는 알고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