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정보

단편소설

by 진부기

크레파스에서 고기 맛이 난다는 게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고? 유감스럽게도, 사실이다.

빨간 크레파스와 금색 크레파스를 1:1 비율로 섞어 중탕해 녹인 후, 냉동실에 3시간 얼려서 썰어 먹어라. 경이롭게도 잡내 하나 없는, 완벽한 환경에서 익은 수육 맛이 날 것이다.


전 세계에서 이 사실을 아는 이 몇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전인류적인 사랑을 실천하고 싶은 사람이다. 누군가 말했다.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일, 놀이, 사랑, 연대가 필요하다고. 내가 이 사회와 연대하기 위해 택한 건, 선택된 소수만 알고 있는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어서 달려가 크레파스를 먹어라. 당신이 배고프든 배고프지 않든 크레파스는 당신에게 최고의 식사를 선사할 것이다. 장담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두 가지 크레파스가 혼합되어 완벽한 영양소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화학적 결합의 변이가 일어난 것이다. 이 정보를 아는 선택된 소수들이 노발대발할까 겁이 난다. 하지만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이 정보를 알고도 값싸고 맛 좋은 크레파스 대신, 잔인한 공장식 축산업에서 나온 병든 돼지고기를 먹는 바보는 없겠지.


그럼 다른 크레파스는 무슨 맛이 나지? 그런 일차원적인 생각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당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내 가슴은 답답하다. 궁금하면 먹어봐라. 호기심은 좋은 것이지. 하지만 당신의 소중한 미각을 위해 먼저 말해준다면, 크레파스 중 오직 빨간 크레파스와 금색 크레파스만 신의 선택을 받았다. 그럼 이런 특별한 것들이 또 뭐가 있냐고? 이제야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군.


물론 이 세상엔 빨간 크레파스와 금색 크레파스의 조합처럼 특별한 정보들이 더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총 18개. 내 평생을 걸고 찾은 귀한 정보들이다. 그렇기에 모든 정보를 한 번에 말해줄 순 없다. 별 노력 없이 이러한 고급 정보를 모두 알려고 하는 건 누가 봐도 과한 욕심이며, 악용하는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갑작스러운 정보의 과잉은 분명 이 세상에 독이 될 것이라 판단한 나는, 연대를 위해 총 다섯 가지의 정보를 공개하려고 한다.


두 번째 정보를 알려주기 전 질문 하나 하지. 갑자기 섹스를 하고 싶은데 상대가 없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서 오늘에 맞는 야동을 찾아 바지를 내리고 흔드는가? 추접하다. 표현이 과했다면 사과한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위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하지만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지 않는가. 그렇기에 나는 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겁이 난다. 이 세상 모든 윤락업소는 사라질 것이고, 모텔들도 곧 문을 닫을 테니까. 그들이 거는 소송 때문에 남은 생을 지독한 싸움만 하다 죽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알려야 한다. 난 이 세상과 연대하기로 결심했으므로.


이 방법엔 준비물이 하나 필요하다. 노동의 신성함이 깃든 양말이다. 최소 8시간 이상 묵은 양말을 준비하라. 일 할 때 신었던 양말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 양말을 당신의 손에 껴라. 순간의 찝찝함은 있을 수 있다. 잠시만 참아라. 그대로 반듯하게 선채, 손으로 벽을 쓰다듬어라. 이 행위는 당신에게 최고의 오르가슴을 선사할 것이다. 어떤 자위, 섹스로도 느껴보지 못한 오르가슴.


사람들은 이 정보를 아는 순간 더 이상 섹스를 하지 않을 것이고, 출산율은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국가가 나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크게 봐야 한다. 국가적으로 봤을 때 출산율 감소는 큰 손해일 수 있을 테지만, 이는 전 세계적으로 행해질 것이고, 그렇기에 이 정보는 우리에게 필요하다.

현재 지구는 인구가 넘쳐나고, 그렇기에 앓고 있다. 인구를 자연스레 줄이기 위해서는 출산을 막아야 한다. 완벽한 오르가슴을 선사하는 이 방법을 아는 이상, 에너지 낭비 심한 섹스를 하는 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정보는 반드시 퍼져나가야 한다. 다음 정보는,


“이 원고는 이렇게 잘렸다네.”

“미친놈의 헛소리 아닐까요? 이걸 우리가 왜 연구해야 하는 거죠?”

“이 글은 배포되기 전에 차단됐어. 아마 차단한 이는 어떤 세력의 일원이겠지. 이 정보 때문에 피해를 입을만한…”

“이게 사실이라는 건가요? 크레파스에서 수육 맛이 난다는 둥. 말이 안 되잖아요.”

“안 먹어 볼 텐가?”

“박사님은 드셔 봤다는 거예요?”

“더 쉽게 확인할 방법이 있었지, 지금껏 섹스를 왜 했나 싶더군.”

“그래서 어쩔 셈이세요?”

“지구는 병들었네. 어쩌면 그가 공개하려 했던 정보들이 지구를 살릴 키가 될 수도 있겠지.”

“박사님은 지구에 희망이 남아있다고 생각하세요?”

“어쩌면 말이야… 한 명이 변하고 둘이 변하고 셋이 변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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