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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 저리킴 Aug 29. 2021

 지옥에서 사옥까지 #013

창업 5년 만에 지옥에서 사옥까지, 스릴 넘치는 창업 드라마

#13-1. 2020년 1월


진혁의 2020년은 감회가 새로웠다.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불구하고 진혁의 가슴에는 항상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회사를 시작한 지 정확히 4.5년 만에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사옥을 마련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랜 고민 끝에 최종 계약을 하던 날 진혁의 머릿속에는 짧지만 힘들었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 모든 게 정말 꿈만 같았다.


사옥을 매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축하보다는 걱정을 했다. 아마도 주변에서 무리하게 사옥 매입을 했다가 잘못된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아왔기 때문일 것이고, 진혁도 그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다소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워낙 셈에 빠르고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진혁은 그들이 걱정하는 다양한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사옥을 매입하며 몇 가지 큰 원칙들을 정했다. 


첫째, 전년도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만큼 직원들에게 최우선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옥을 매입한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보상이 제공된다면 결국 사옥은 직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옥보다는 내 손에 주어지는 인센티브가 훨씬 중요하므로 역대 최대의 매출과 수익에 걸맞은 역대 최대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둘째, 회사의 모든 자금을 사옥 매입과 건축에 투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8-2019년에는 뜻하지 않은 대형 프로젝트들이 생겨나 분에 넘치는 매출과 수익을 얻었지만 언제든지 위기는 또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최소 7~8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운영 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으로 사옥 매입 및 건축 계획을 세웠다. 


셋째, 사옥이 단순히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라, 온전히 직원들의 업무 환경이 개선이 구현되는 데 가장 중요한 목적을 둔다는 것이다. 최소한 기존 사무실보다 사옥에서의 업무 환경이 충분히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기본적으로 업무 공간과 회의/휴게 공간을 분리하여 보다 쾌적한 사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거듭했다.




진혁이 매입한 사옥은 90년대 초반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었다.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네모 반듯하고, 타 건물들에 비해 용적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과거의 법규에 맞게 지어진 건물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구조이다. 만약 이 건물을 다 철거하고 신축으로 짓는다고 하면 현재의 절반 정도 면적으로 허가가 날 것이기 때문에 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재의 높은 용적률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리모델링 방식을 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 판단했다. 


물론 사옥 건물에 장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크게 몇 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5층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점, 화장실이 사무실 외부에 있다는 점, 건물 외벽이 불에 잘 타는 싸구려 드라이빗 타일이라는 점 등이 대표적인 단점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모든 단점들은 공사로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었기에 진혁은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먼저 계단 라인에 배치되어 있던 화장실 자리를 허물고 엘리베이터를 시공하기로 함에 따라 외부에 있던 화장실은 사무실 내부 공간으로 이동하여, 오히려 직원들의 편의를 높였다. 외벽은 변색이나 노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고급 석재인 고흥석과 마천석을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변신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또한 그 외 많은 부분들을 디테일하게 개 보수하여, 직원들과 입주 예정자들의 사용 편의를 극대화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설계에 돌입했다. 


*용적률 : 전체 대지면적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을 뜻하며 백분율로 표시한다.




 #13-2. 2020년 2월~6월


진혁이 사옥 계약 후 설계와 구조에 대해 한창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던 1월 말~2월 초 즈음, 각종 뉴스가 온통 코로나-19로 도배가 되었다. 진혁은 처음 뉴스를 접하고 그냥 흔한 전염병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모든 나라가 아비규환의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여행이나 공연은 물론 모든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되었다. 진혁의 회사에서 준비하던 모든 프로젝트들이 취소 혹은 연기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그제서야 이 무서운 전염병의 실체가 와닿기 시작한 것이다.


진혁은 그때부터 정신을 차리고 뉴스를 꼼꼼하게 보면서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미 취소된 행사들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앞으로 회사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냉철하게 결정해야 했다. 업계의 다른 회사들은 이미 빠르게 휴업에 들어갔다고 했고, 각종 요상한 소문들이 돌고 돌았다. 진혁은 지속적으로 뉴스를 분석하면서 이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른 회사들의 소식을 접한 직원들은 벌써부터 동요하기 시작했고, 진혁은 그 불안을 잠재워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긴급 전체 회의를 소집했다.


"여러분들이 보시는 바와 같이 이 팬더믹 상황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최소한 올해 연말, 길게는 내년 초까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다른 회사들은 이미 휴업에 돌입한 곳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당분간 휴업 없이 정상 근무를 유지하며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병행할 예정입니다. 작년에 여러분들이 열심히 벌어 주신 돈을 잘 쪼개서 최소 6월까지는 문제없이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반기가 돼서 전체 상황을 고려하여 다시 한번 계획을 수립하겠지만, 우선 안심하시고 각자의 위치에서 업무에 전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특히나 친구나 가족들이 많이 불안해하실 수 있으니, 안심하시라고 잘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팬더믹 상황이 벌어지자 사옥 매입으로 인해 혹여 운영비가 부족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직원들이 의외로 많았다. 코로나로 매출이 사라진 데다 미래마저 불투명하다 보니 직원들이 불안해하는 것이 당연했다. 진혁은 미리 6~7개월 정도의 운영비를 제외하고 건축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상반기까지는 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그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가 없었다. 미래의 상황을 낙관하고 모든 자금을 건축비에 투입했다면 정말 큰일이 날 뻔한 상황이었다. 아무튼 6개월의 시간을 벌어 놓긴 했지만 진혁은 이런 상황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경우 어떻게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후에도 중간중간 코로나의 상황이 심각하게 변하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지속적으로 공지를 통해서 직원들의 스케줄 및 업무 체크를 했다. 대면 미팅이 필요하면 zoom으로 화상회의를 했다. 작년 글로벌 행사를 하면서 미국과 상해를 넘나드는 화상 회의를 무수히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이나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상반기 내내 많은 프로젝트를 꾸역꾸역 준비하였으나 손쓸 새도 없이 족족 취소 혹은 연기가 되었다. 최악의 조건에 나름 최선을 다해서 바쁜 상반기를 보냈으나 정작 성사된 프로젝트는 하나도 없이 빈 손으로 하반기를 맞이해야 했다.


■ 2020년 상반기 최종 매출 = 0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계획된 사옥 리모델링 공사는 차근차근 진행되었고, 진혁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중간중간 예상치도 못했던 추가 비용들이 발생을 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지 모른다고 하나둘씩 추가되는 비용이 진혁에게는 상당히 많은 부담이 되었다. 또한 20명의 직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1개월에 넉넉잡고 1억 정도가 필요했다. 그냥 숨만 쉬어도 들어가는 돈이다. 6월까지는 미리 준비해 놓은 운영 예산으로 커버가 되었지만, 하반기부터는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진혁은 고민 끝에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결심을 했다.


>>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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