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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 저리킴 Sep 05. 2021

지옥에서 사옥까지 #014

창업 5년 만에 지옥에서 사옥까지, 스릴 넘치는 창업 드라마

#14-1. 2020년 7월


코로나 19가 세상에 화려하게 등장한 지도 벌써 7개월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 세계가 우왕좌왕 중이다. 아시아의 질병이라며 코웃음을 치던 유럽과 미국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완전 봉쇄를 택했던 이탈리아도, 락다운을 했던 영국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봉쇄도 없이, 락다운도 없이 일상을 유지한 채 코로나를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는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나라조차 하루 수십만 명의 확진자를 내고 있을 때 한국은 수십 명 혹은 수백 명 정도의 확진자가 나올 뿐이었다. 정부의 빠른 대응과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만들어 낸 기적이었다. 전 세계 모든 시선이 한국에게 쏠려 있었고,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대서특필했다. 특히 415 총선을 무사히 치러낸 것은 전 세계가 놀란 엄청난 사건이었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진혁의 시름도 점점 깊어만 갔다. 20명의 직원들을 유지하려면 매월 1억 정도의 비용이 필요했는데, 작년에 미리 준비해 놓은 예비 운영비도 상반기를 지나자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옥 리모델링 공사도 예상치 못했던 추가 비용이 발생하여 진혁의 마음은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행사가 자취를 감추자 다른 경쟁 회사들은 이미 3~4월 경부터 너나 할 거 없이 유급 휴직에 들어간 상태였다. 어떤 기업이나 공공기관도 이런 상황에 행사나 전시를 강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모든 광고와 마케팅 비용은 온라인으로 집중되었고, 오프라인은 더욱더 위축되고 황폐해져 갔다.  


진혁은 6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잘 버텨왔지만 이대로 거센 바람에 계속해서 맨 몸으로 맞서는 것이 다소 무모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코로나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였기에 잠시 소나기는 피하자는 심정으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전체 유급 휴직을 결정했다. 진혁은 힘들게 버티다 모두 공멸하는 것보다는 잠깐 쉬어 가며, 팬더믹 이후의 스텝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고 판단을 했다. 물론 직원들에게는 미리부터 충분히 회사의 상황을 설명했고, 직원들도 현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공감해주며 흔쾌히 3개월 간의 유급 휴직에 동참해 주었다.

때마침 기존 사무실의 계약기간은 7월로 종료되었고, 새 사옥에는 10월 1일 입주 예정이었기에 적절한 타이밍에 휴업을 결정한 것이다. 휴업 기간 동안 법적으로는 최소 70% 이상의 급여만 지급하면 되었지만, 진혁은 80%의 급여를 지급하기로 정했다. 아무리 휴업 기간이긴 하더라도 30% 삭감된 급여를 받으면 직원들의 생활을 유지하는데 막대한 지장이 생길 것으로 판단되어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80% 지급을 결정한 것이다. 비록 유급 휴직이기는 했지만 직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에 진혁은 20%에 대한 급여를 연말에 반드시 보상해주겠노라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14-2. 2020년 8월


한편 하반기 운영 자금을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던 진혁에게 두 가지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먼저 신용보증기금에서 코로나 시기에 자신들이 관리 중인 중소기업들의 위기 상황을 점검하러 사무실에 방문했는데, 진혁은 사옥 이전 계획과 하반기 예상 매출에 대한 브리핑을 했고, 신용보증기금에서는 기존 대출 이외에 추가로 3.3억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또한, 주거래은행인 기업은행에서는 사옥 공사비용으로 사용된 자금의 80%까지 추가로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하여, 진혁은 공사비 추가 대출로 인해 5.5억의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은행이나 신용보증기금 같은 기관에서 대출 신청을 하려 몰렸지만, 진혁은 그동안의 거래 실적과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어렵지 않게 추가 운영 자금을 대출받게 되었다. 아무래도 사옥의 존재가 대출 심사에 훨씬 더 유리하게 작용한 것도 있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년 해오던 글로벌 게임대회의 연말 개최가 확정되었다는 것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1년간 계속해서 온라인으로 대회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대회의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글로벌 파이널 대회만큼은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물론 현장 관객은 없이 선수만 참여하는 조건이었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게임사들은 오히려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1년간 기다려 준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기회였기에 게임사에서도 큰 리스크를 안고 결심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팬더믹이 확산되고 있고, 국가별로 통제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코로나가 강력하게 통제되고 있는 한국에서 대회가 개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임사에서도 선수단들의 원활한 입국을 위해 정부 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었고, 우리는 선수단의 입국에 필요한 각종 제반 서류들을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꼼꼼하게 준비했다. 코로나 이전에 비해 엄청난 양의 서류와 절차가 필요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모두의 적극적인 협조로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14-3. 2020년 12월


우여곡절 끝에 대회는 해를 넘겨 2021년 2월~3월 2개월간 진행되는 것으로 확정이 되었다. 기존에는 길어야 3주 정도 대회를 열었지만, 아무래도 출입국 절차가 어려운 관계로 한 번 입국했을 때 최대한 길게 대회를 한다는 계획이었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선수단이 1월 8일이었다. 2주간의 시설 격리를 마치고 1월 말부터 1주일의 적응 기간을 거친 후 2월 첫 주부터 3월 말까지 총 7주간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대회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진혁의 회사도 덩달아 매출이 늘어났다. 예전 미국이나 독일 대회만큼의 엄청난 규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코로나 펜더믹 상황에 동종 업계가 초토화된 것에 비하면 이 정도의 매출은 너무도 감사한 일이었다. 지난 1년간 매출이 거의 제로에 수렴하였지만 글로벌 대회의 개최로 인해 진혁은 막대한 손실은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행사가 2021년 2월부터 시작이기는 하지만 사전에 준비할 것들이 대부분인 관계로 선금으로 70%의 행사 비용을 2020년에 받을 수 있게 되어 진혁은 2020년을 재무제표상 큰 손실 없이 막아낼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코로나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라 할지라도 금융은 언제나 냉정한 법이다. 연 100억 이상의 매출을 하던 회사가 연 10억 미만의 매출로 떨어지고, 법인 손실이 엄청나게 늘어나면 어쩔 수 없이 신용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70%의 선금을 받아도 사실상 매출이 엄청나게 줄어드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나마 법인 손실은 최소한으로 줄였기 때문에 은행에서도 최소 정상참작은 가능한 수준의 재무제표가 될 수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법인 손실에 따른 대출금 일부 상환이나 대출 금리 상승과 같은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졌을지 모르는 일이다. 


2020년 12월의 마지막 날. 진혁은 숨 가빴던 지난 1년을 차분히 되돌아보았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 세계는 매뉴얼도 없이 우왕좌왕했고 그 사이 바이러스는 빠르게 인간에게 침투하여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마구 생산해 냈다. 그것으로 진혁을 포함한 오프라인 행사를 업으로 삼는 회사들의 대부분은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정말 기적적으로 한국 정부의 빠르고 강력한 통제와 국민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진혁은 세상으로부터 이렇게 큰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진혁은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리며 본인의 타고난 운에 감사했다. 2017년 우연한 기회로 게임사, 방송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면 지금 진혁의 상황은 어땠을까? 2019년 최고의 매출을 찍던 때, 그 성과에 취해 다음 해에 대한 대비 없이 그저 성공에 취해 흥청망청 자금을 써버렸다면… 1년간 코로나를 원망만 하고, 자포자기 상태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면… 남들처럼 빠르게 휴업에 들어가 장기 휴업으로 인해 직원들의 생계가 어려워져 신뢰 관계가 깨지는 상황이 되었다면… 한국에서도 코로나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아 아비규환의 상태가 지속되었다면… 게임사에서 코로나 시국에 무리하지 않고 그냥 대회를 계속해서 연기했다면…


인생에 가정(假定)은 의미가 없다지만 진혁은 저 수많은 가정의 굴레 속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한 셈이다. 물론 진혁도 여기저기 큰 상처를 입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살아서 탈출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코로나의 발생과 함께 시작된 여러 가지 선택과 결정, 거기에 행운이 연속적으로 따라주면서 진혁은 간신히 이 위기를 버텨낼 수 있었고, 누가 뭐래도 이건 기적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또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서로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준 회사와 직원의 놀라운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일이면 새로운 희망의 2021년이 시작되고, 전 세계의 선수단이 드디어 한국으로 입국합니다. 지난 1년간 모두들 너무 고생하셨고 회사를 믿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이번 대회를 그 어느 대회보다 더 완벽하게 잘 만들어 냅시다. 코로나가 때론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우리의 저력을 다시 한번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위기를 발판 삼아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2021년에는 보다 안정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2020년의 마지막 날, 진혁은 전 직원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2021년에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누구도 예측할 수는 없었지만 진혁은 자신이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더 큰 성장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고, 앞으로 어떤 팬더믹이나 재난 상황이 와도 단단히 버텨낼 수 있는 회사로 체질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 다음 화에 계속...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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