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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May 06. 2022

[투.숏.톡 08] 로또를 사지 않는 이유

20년간 나를 비켜가는 로또 당첨운에 대하여...

로또를 사는 이유는 누구나 다 비슷할 것이다. 하늘에서 갑자기 목돈이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는 것이다. 로또에서 1등이 당첨될 확률은 무려 '814만 분의 1'이라고 알려져 있다. 전 국민이 로또를 1장씩 산다고 하면 그중 6명 정도는 1등이 된다는 의미이다. 혹자는 로또를 사는 이유가 당첨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1주일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작은 투자라고 하지만 매주 허탈감을 맛보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로또가 국내에 처음 상륙한 2002년 이후 20년 동안 나름 꾸준히 로또를 샀었지만 최고로 높은 당첨금이 5만원이었다. 그것도 2-3번 정도 될까? 아무튼 투자한 돈에 비하면 회수율이 거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수익률이 저조한 편이었다. 나의 낮은 당첨률은 로또뿐이 아니다. 노력이 수반되지 않은 순수한 운빨로 뽑히는 당첨의 확률은 대부분 낮은 편이다. 하다못해 돌잔치에서 뽑는 행운권 추첨도 항상 나를 비켜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까지는 꾸준히 로또를 샀다. 어차피 1등에 당첨될 확률이 0.000012%에 불과하다 해도 결국 누군가는 1등에 당첨이 될 것이고 그게 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 모든 사람의 마음이 그러하겠지. 그러다 언젠가부터 로또를 잘 사지 않게 되었다. 간혹 좋은 꿈을 꾸었을 때 1년에 한두 번쯤 재미 삼아 사기는 하지만 매주 고정적으로 사지는 않는다. 


특별히 의도를 하고 로또를 사지 않게 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고 수많은 역경을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끊임없이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 과정 속에서 내가 가진 행운의 총량을 이미 다 소진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무의식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사업을 시작하고,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된 이후로 로또의 당첨률이 심각하게 낮아져 심지어 5천원에 당첨되는 일도 거의 없었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로또 구매가 뜸해지게 되었다. 


로또를 사는 행위도 노력이라면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조금 더 적극적인 단계의 노력이 포함된 경우에는 행운이 잘 따라붙어주는 편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충분한 행운을 받고 있기 때문에 로또와 같은 추첨으로 인한 행운은 과감히(?)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하고자 한다. 혹여 내가 어쩌다 한 번 산 로또가 높은 순위에 당첨이 된다면 반드시 좋은 일에 쓰겠노라고 브런치에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이 선언을 보는 사람이 얼마 되지는 않겠지만, 만약 어느 날 이 글이 사라진다면 내가 로또 1등에 당첨된 줄 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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