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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May 09. 2022

생각의 방향을 뒤집자

원인과 결과를 바꿔보니 완전히 달라지는 생각

얼마 전 일이었다. 오랜 시간 비즈니스를 함께 해온 A 실장님의 하소연을 듣게 되었다.


"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빠지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매일 전화가 와서 자꾸 물어요. 정중하게 내가 그 프로젝트에서 빠지기로 되었으니, 제가 아는 부분까지는 알려드리겠지만 추가로 더 정보를 찾아서 드리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벌써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계속 연락이 와요."


여행업을 하고 있는 A실장님은 우리와 몇 번의 프로젝트를 함께 했고, 그동안 엄청나게 많은 활약을 해왔으나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부득이하게 다른 여행사가 그 자리를 치고 들어왔다. 나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비즈니스의 세상이 다 그런 것을 알기에 서로 이해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클라이언트가 계속해서 전화로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고 새로운 요청을 한다는 것이다.


"저도 다 이해는 해요. 여러 가지 상황으로 제가 빠진 게 된 것도 이해하고, 다른 팀 하고 한 번 해보면 저랑 또 비교가 될 테니까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가장 어렵고 예민한 문제를 제삼자인 저에게 자꾸 물어보면 많이 곤란하지 않겠어요?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일에는 정도와 순서라는 것이 있는 법인데, 생각보다 그런 것을 잘 따지지 않고 일단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는 부류의 사람들도 있다. 나름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인데도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니까 실례인 줄 알면서도 계속 부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그렇게 되다 보니 제 인건비를 챙겨드릴 테니 계속 좀 알아봐 달라는 거예요. 그 말을 들으니까 솔직히 마음에 더 큰 상처가 됐어요. 그동안의 관계를 생각하면 인건비 안 받아도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은 제가 인건비 받고 그렇게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거든요. 혹시라도 돈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닌지 서운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마음이 급하다 보니 그렇게 앞뒤 맥락 없이 표현이 그리 된 것일 뿐 다른 나쁜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 말이란 게 항상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인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많이 서운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듣고 있던 내가 조용히 한 마디를 건넸다.


"실장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현재 여러 가지 상황상 그렇게 오해하실 수 있을 거 같은데 제가 보기엔 그분들도 그런 의도는 없었을 거예요. 그건 실장님도 잘 아시리라 생각하고요. 그런데 그걸 반대로 한 번 생각해보세요. '돈을 받았으니 일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일을 했으니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라고...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원인과 결과를 바꾸어 생각하니 완전 다른 이야기가 되지 않나요?"


내 이야기를 들은 실장님은 한 10초간 침묵을 지켰고 나는 말을 이어 나갔다.


"이게 약간 말장난처럼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프로페셔널의 세계에서 일을 했으면 정당한 페이를 받는 게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셔야 합니다. '이런 걸로 어떻게 돈을 받아? 그냥 안 받고 말지...' 하면서 그냥 해주면요 다음엔 그게 기본이 되고 말아요. 다음에도 평생 안 받아도 되면 그리하셔도 되지만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잠깐 전화로 상담해주고 몇 십, 몇 백을 받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런 거 알아봐 주는 걸로 돈을 받는 게 부끄럽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셔야 해요. 오히려 그래야 다음이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참을 생각에 잠긴 듯 침묵을 이어나가던 A 실장님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대표님 말씀을 듣고 보니 같은 문장을 앞뒤로 바꿨을 뿐인데 묘하게 설득이 되네요. 이번에도 결국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제가 중요한 역할을 해서 존재감이 빛이 나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건데 제가 그저 서운한 마음에 괜한 자존심만 생각한 것 같아요. 남은 기간 동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대표님은 어떻게 순간적으로 그런 말을 생각해 내시는 거예요? 말 한마디에 완전 설득돼버렸어요. ㅋㅋㅋ 말로는 절대 못 이긴다니까."


그렇게 행복하게 통화는 마무리되었다. A 실장님과 오랜 시간 일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어떤 감정을 가지고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A 실장님도 내가 했던 말을 바로 이해하고 수긍해주셨다. 잠깐의 서운함이나 자존심 같은 감정을 앞세우다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을 아주 조금만 바꾸면 아주 행복한 결과로 이어지는 일이 드물지 않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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