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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Aug 28. 2023

설상가상, 그 잡채

성대 결절 받고, 대상 포진까지 올인

갑자기 나의 브런치가 병상 일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건강이란 건 항상 자신하면 안 되는 거지만 그래도 꾸준한 운동과 에너지 넘치는 삶, 그리고 긍정적 사고가 나의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한순간에 이렇게 병들이 몰려오는 것인지 답답할 노릇이다. 여러 번에 나눠 오는 것보다는 한 번에 훅 하고 지나가는 게 더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넘어진 김에 푹 쉬어 가야 할 모양이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고, 그동안 건강을 자신하여 다양한 대외 활동과 술자리, 장시간의 토크 등으로 온몸 구석구석이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병들고 있었던 듯하다. 이번 성대결절 수술이야 워낙에 쉰 목소리가 오랫동안 지속되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으나, 갑작스레 찾아온 대상포진은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병이다. 다른 증세로 병원을 찾았을 때마다 병원 앞에 붙어있던 포스터에서나 보았던 [대.상.포.진]이 나에게 찾아오다니...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성대결절 수술을 받은 지 오늘로 24일째. 강제 묵언의 시간 18일을 보내고, 이제 아주 조금씩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된 지 불과 1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오른쪽 배부터 옆구리 등 쪽까지 뭔가 알 수 없는 찌릿함과 동시에 허벅지까지 이어지는 불쾌한 느낌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다음 날이 되자 수십 개의 바늘로 옆구리를 찌르는 증세로 이어졌고 고통은 참기 힘든 수준이 되었다. 거의 야매 의사에 가까운 아내는 대상 포진의 증상이랑 비슷한 것 같다고 했지만, 내가 설마 대상포진에 걸리겠어? 하는 생각으로 근처 통증의학과를 방문한 나는 단 1분 만에 의사로부터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 포스터에서 항상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인상을 쓰는 장면만 보아왔는데, 나는 그 정도로 나이가 들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건강과 활력, 면역력만큼은 자신 있었다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그런 내가 대상포진이라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몸이란 건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치료를 순조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의사의 조치에 순응하기로 했다. 


우선 가장 먼저 삼시세끼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으면서 약과 연고를 시간마다 먹고 바르고 있다. 또한 최대한 스트레스와 피곤함을 줄이는데 집중하기 위해 아침과 점심사이, 점심과 저녁사이에는 1시간 내외로 강제 낮잠을 청했다. 마침 성대결절로 인한 요양을 하고 있던 터라 회사에 가지 않고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다행스러운 부분이었다. 일반적인 직장인이었거나, 업무적으로 매우 바쁜 상황이었다면 부득이하게 또 그 전쟁터에서 스트레스와의 한판 대결을 펼쳐야 했다면 좀처럼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여러 가지 노력으로 인해 최초 발병 5일째, 병원 진단 후 3일째인 지금은 매우 빠르게 호전되고 있는 상태이다. 처음 증세가 느껴졌을 때는 분명 없던 수포들이 오히려 며칠이 지난 지금 확대되고 있지만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사라질 것 같은 모양새이다. 바늘로 찌르던 통증들은 이미 사라졌고, 지금은 근육통과 같은 형태로 허리에 힘을 주거나 충격 등이 있을 때 욱신거리는 통증이 동반되고 있고, 이것 조차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어 매우 다행이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병을 초기에 빠르게 받아들이고 신속한 조치를 취한 결과로 살을 도려내는 듯한 통증의 단계까지는 가지 않아 천만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면역력의 강화를 위해 프로폴리스나 각종 면역력 강화를 위한 음식이나 영양제 등을 꾸준히 챙겨 먹을 예정이며, 1차로 대상포진이 정리되고 나면 바로 대상포진 예방 접종을 아내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병이라는 건 집중적으로 발생률이 높은 나이의 범위가 있기는 해도 그 범위를 벗어난 연령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성대결절 수술로 인해 1달간의 요양을 가지고 있는 와중에 더불어 대상포진까지 경험하게 된 이 순간을 아마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아직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이 시기에 이런 여러 가지 병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아주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있는 법. 이번 기회를 통해 얻은 교훈을 잊지 말고, 남은 절반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아주 큰 자양분을 삼아 더욱 건강하고 현명한 삶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출처 : 경향신문 (내 배 아님! 이렇게 날씬할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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