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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Apr 14. 2020

플렉스(Flex)란 무엇인가?

요즘 플렉스(flex)라는 말이 방송 매체를 통해 많이 퍼지고 있다. 사전적 의미는 '근육에 힘을 주다'이지만 실제로는 근육에 힘을 줘서 자신의 근육을 자랑하듯 자신의 돈, 명예를 자랑하는 행위를 나타내는 말로 쓰이고 있다. 유명 힙합 서바이벌인 <Show me the money>를 통해서 이 플렉스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퍼지기 시작했고, 처음엔 그저 일부 유명 래퍼들이 고급 외제 스포츠카, 화려한 액세서리 등 자신의 부(富)를 자랑하는 수단 정도로 사용했으나, 실제로 돈이 많거나 능력이 돼서 플렉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저 남들에게 뒤쳐지기 싫어서 괜한 허세를 부리는 가짜 플렉스도 있게 마련이다.


오늘은 이 플렉스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자 한다.  


나는 3  전에 회사를 창업하면서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도 매일 점심식대를 제공하는 '플렉스' 감행하였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점심값 아끼려고 밥을 굶거나, 후배들과의 식사에 각출해야 하는 두려움과 민망함에 후배들과의 식사를 피하는 선배들을 방지하고자 시작한 나름의 소심한 '플렉스'였다.


그 후로 2년간은 정말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었다. 일은 많지만 수익은 나질 않고, 업무의 강도는 점점 거세지고, 직원은 지쳐가고.. 물론 회사의 살림 또한 점점 팍팍해져 갔지만 그래도 점심 '플렉스' 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직원들에게는 비밀이지만 내가 월급을 6개월간 50%씩만 가져가는 상황에서도)


그런 고난과 역경을 딛고 드디어 우리에게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 그 천금 같은 기회를 전 직원들이 (밥심으로) 대동 단결하여 보란 듯이 최고의 프로젝트로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는 찾아오기도 힘든 초대형 프로젝트였으나, 정말 소중한 기회였기에 누구랄 것도 없이 자기 일처럼 열정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임해 믿기 어려울 정도의 성과를 얻게 되었다. 평균 연령 30대 초반 정도의 젊은 친구들과 함께 이루어 낸 성과라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의 명성이 올라간 것도 있지만, 실제로 회사의 재무구조도 매우 개선이 되었다. 지난 2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던 회사의 재정상태가 단숨에 부채를 다 상쇄하고도 꽤 많은 이익을 내게 되었던 것이다. (2019년 결산 후 법인세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통상적으로 이 정도로 회사가 성장을 하면 누구라도 진짜 '플렉스'를 시작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대표의 차가 국산에서 수입차로 바뀐다던지, 생활 패턴이 바뀐다던지, 사는 집의 동네가 바뀐다던지 하는 흔한 '플렉스'의 풍경.


필자는 이러한 일반적인 형태의 일반적인 '플렉스'를 과감히 거절했다. 아니 불편했다는 게 더 정확한 마음일 것이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얻은 성과가 아닌데, 마치 혼자서 이 모든 것을 다 이룬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노력해서 얻은 성과를 모두에게 최대한 합리적으로 나누는 게 좋겠다는 판단으로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플렉스'했다.


회사의 첫 번째 '플렉스'는 바로 직원 인센티브. 지난 2년간의 설움과 배고픔을 해결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직원들과 연봉계약서에서 약속했던 인센티브 최대 금액이었던 200%를 훌쩍 넘겨 300%를 지급했다. 수익 금액으로만 보면 그 이상도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회사의 입장을 약간 고려하여 자제해야만 했다. 2018년에 첫 수익이 났을 때 300%를 지급했고, 2019년에 매출이 2배로 성장하였고 어느새 10명이던 직원이 20명까지 늘어난 상황이어서 이번에도 320%의 인센티브로 '플렉스' 했다. (단, 회사의 안정적 운영과 직원 들간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연봉은 '플렉스'하지 않고 회사 내규에 의해 적용했다.)


두 번째 '플렉스'는 직원 복지이다. 지난 십여 년간 다녔던 회사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복지를 받아본 사람으로서 직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복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많은 자료 조사와 리서치를 통해 최대한 합리적인 복지제도를 완성했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청년 고용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문화생활비 지원, 자기 계발비 지원, 근속자 선물, 직원 소액 대출 등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남들처럼 구색만 맞춘 것이 아니고 이용률이 저조한 것은 퇴출시키고 추가적으로 좋은 의견을 받아서 회사의 재무 상황이 허락하는 선에서 선택적으로 복지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어느 대기업 부럽지 않은 자부심을 주기 위해서.


세 번째 '플렉스'는 바로 업무 환경 개선이다. 처음 입주했던 18평 사무실에서 3명으로 시작했던 회사가 어느새 10명으로 늘어나면서 바로 사무실 확장 이전을 했다. 회의실도 꾸미고, 휴게공간에 안마기와 그 핫하다는 LG 스타일러 (※PPL 아님 주의)까지. 하지만 쾌적했던 시간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년 만에 또 직원이 20명으로 늘어나면서 휴게 공간도 사라지고, 안마기 자리도 없어져 퇴출되고, 심지어 회의실에 일부 인원이 자리를 잡게 되는 참극이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하여 직원들 인센티브와 복지, 그리고 내년 살림살이 잉여금을 제외한 비용을 탈탈 털어 법인 사옥이라는 인생 최대의 '플렉스'를 하게 된 것이다. 사옥을 매입한 것이 단순히 임대료와 부동산 투자로 오해할 수는 있겠으나, 우리 회사에서 사용하는 2개 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에는 우리 회사의 파트너 회사에게 주변 시세 대비 20%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를 주었다. 수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므로 업무의 쾌적함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그 밖에도 코로나 19가 찾아오면서 회사의 일거리가 끊겼지만, 나라 전체가 어려워진 상황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천만원이라는 금액을 재난구호기금으로 '플렉스'하였고, 투표 독려를 위해 회사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투표 독려 이벤트를 통해 회사 직원 및 일반 방문자들에게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등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플렉스'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회사가 성장한 만큼 그 안에 속한 구성원들도 성장하고, 우리와 함께한 파트너들도 함께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나는 비록 아직도 카니발을 타고 다니고, 아파트는 창업 이전 직장인일 때 구매한 아파트에 여전히 살고 있고,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100원에 벌벌 떨며 더 저렴한 물건을 찾아서 헤매이지만, '플렉스' 만큼은 제대로 하면서 살고 있다. 남들이 아무리 만류해도, 의혹의 눈초리로 지켜보더라도 언젠가는 이 진심을 믿어줄 거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나는 내 방식대로 '플렉스'한다. 끝 ! FLE~~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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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완공 사진 (1)
공사 완공 사진 (2)
공사전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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