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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Apr 03. 2021

피자는 "까르보나라"

<말실수>계의 레전설 에피소드 대방출

(오늘은 그냥 가벼운 이야기)


아주 친한 지인 중에 말실수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 있다. 디자인 회사를 벌써 10년간 운영해오며 나름 언변도 뛰어난 데다, 외모 또한 (나와는 달리) 매우 준수하여, 주변에서 인기가 꽤나 많은 사람이다. 나의  신입 사원 시절 동기로 벌써 20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친구인데  사람의 가장  특징은 바로 멀끔한 외모에서 오는 예기치 못한 요절복통 '말실수'이다.


아침드라마에서 김치 싸대기를 맞는 실장님으로 출연할 법한 다소 느끼하지만 말끔한 중년의 외모를 가진 사람이기에 그 웃음의 파장이 더 크게 느껴지는 듯하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말실수'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갔을 법 하다. 하지만 나 같이 독사 같은 사람은 그런 실수를 결코 그냥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 최근 한 5년간 다양한 '말실수'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역대급 '말실수'만 소개해보려고 한다.


#1. 피자는 '까르보나라'

그의 어록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되었던 명불허전의 레전설 말실수이다. 때는 바야흐로 5년 전 우리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그러자 메뉴판에서 피자와 파스타 1개씩을 각각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메뉴판을 고르려던 찰나 당당하게 외친 그의 주문


"피자는 까르보나라지"


다들 긍정하는 분위기로 고개를 끄덕였고, 아무도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피자는 까르보나라? 그럼 파스타는 고르곤졸라인가요?"라고 되묻자 그제야 일행들은 그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2. '카지노'가서 '마카오' 한번 해야지


오랜 시간 코로나에 지친 우리는 한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푸념들을 늘어놓다가 코로나가 끝나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해외여행도 가고 싶고, 골프도 치고 싶고, 카지노도 가고 싶고 이런저런 희망사항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나온 그의 요절복통 발언


"카지노 가서 마카오 한번 해야지"


영화 내부자들 이병헌의 명대사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 해야지"에 버금가는 명대사를 뱉은 그의 눈빛이 매우 흔들린 것으로 보아, 절대로 그것을 의도한 것이 아니고 단순한 실수였음을 알 수 있었다.


#3. 나도 BJ나 해서 '말풍선'이나 받아야겠다


지인들과 여러 가지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 한 지인이 유튜브와 아프리카 TV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쏠쏠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하자, 사업도 변변치 않은 그는 푸념하듯 내뱉은 혼잣말.


"나도 그냥 아프리카 BJ 하면서 말풍선으로 돈이나 벌까?"


순간 그 자리는 2-3초 간의 짧은 정적 뒤에 한참 동안 웃음바다가 되어버렸다. 별풍선과 말풍선이 헷갈릴 만도 하지만 확실한 건 웃길 의도를 가지고 드립을 친 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4. 우리도 '알바몬고' 같은 거나 개발해볼까?


때는 바야흐로 2020년 4월 1일. 한창 코로나가 심각성을 띄면서 오히려 게임이나 플랫폼 등의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게 되자 다들 코로나를 타파할 방법들을 논의하던 가운데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작렬한다.


"우리도 알바몬고 같은 거 개발해서 돈이나 벌어볼까?"


만우절에 거짓말 같은 말실수가 찾아와 코로나로 지친 우리들의 마음을 적셔주었다. 추측해보건대 아마도 '알파고'와 '포켓몬 고' 정도의 단어가 동시에 떠올랐으리라.


#5. 기타 작품


- 애플에서 새로 나온 무선 이어폰 : 아이팟 (정답은 에어팟)

- 외국하고 전화로 다자 통화하는 것 : 커튼콜 (정답은 컨퍼런스 콜)

- 햄버거 빵 사이에 들어가는 것 : 패드 (정답은 패티)

- 아 요즘 왜 이렇게 '말 설사'가 많은 거지? (정답은 말실수)

- 그 사람 영어 엄청 잘해 네거티브 스피커인가 봐? (정답은 네이티브 스피커)




논외로 '말실수'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함께 지인 장례식에 참석하여 인사를 드리고, 약 30-40분 후에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주차장 정산을 하는데, 그의 주차비가 무려 500만원이 나온 것이었다. 잠시 놀라 다시 보니 동일한 뒷자리 4자리를 가진 차량이 1년 전에 들어와서 출차를 하지 않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차량의 주차비가 500만원이 넘게 나온 것이다.


왜 하필 그의 차와 동일한 4자리 숫자를 가진 차가 그 장례식장에 1년 동안 무단 주차를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왜 그에게는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지.. 장례식장 주차장 무인 정산기 앞에서 체통이고, 예의고 뭐고 간에 또 한참을 웃다가 헤어진 에피소드.  


2021년에도 더욱더 큰 웃음 부탁드립니다.


찾아보니 까르보 피자가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 (출처 :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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