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되지 못한 것들.
사내의 억센 팔은 힘 좋게 세간살이를 트럭에 옮겨 실었다.
마당에 뛰어노는 두 명의 여자 아이중 하나는 이제 막 세 돌쯤 되어 보였다. 콧물을 흘리는 그 아이 얼굴을 좀 훔쳐주면 좋으련만 여자는 연신 방을 들락거리며 빠진 세간이 없는지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짐 위에 포장을 덮고 꽁꽁 줄로 묶은 사내는 운전석에 올라탔다. 여자는 골목길에 서 있던 옆집 여자에게 다가갔다. 주머니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 손에 쥐어주고 당부를 한다.
"이따 애들 과자라도 좀 사 줘. 애들 울면. 알았지?"
"아니 이게 다 뭔 일이여. 왜 이랴아... 참말로."
여자는 자신의 팔목을 잡는 옆집 여자 앞에서 목이 메는 듯 고개를 수그리는 듯했다. 그러나 금세 빨딱 고개를 들어 트럭으로 향했다.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탔다.
아까부터 이상하다 생각한 사내는 조수석에 올라탄 여자에게 끝내 속엣말을 했다.
"아줌마. 혼자 가요?"
"네. 출발하세요."
"저 애들 아줌마 애들 아니에요?"
"왜요?"
사내는 잠시 눈을 끔뻑했다.
나야 돈 받고 짐만 날라주면 되는데. 쓸데없는 참견은 나도 귀찮은데. 저 어린 애들은 엄마가 차에 타거나 말거나 마당에 엎어져 놀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앞만 바라보고 있는 여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사내는 시동을 걸면서 결국 목에 탁 걸린 그 말을 내뱉어 버렸다.
"아줌마. 애들은 놓고 이깟 세간만 싣고 가면 뭐한데요."
크르릉....
차가 출발한다.
"세간이 있어야 살림을 살죠. 시집올 적에 우리 아부지가 비싼 걸로 다 해준 것들이에요."
늙은 여자가 눈물을 찍 눌러 닦고는 코를 훌쩍인다.
"그 썩을놈이 지가 뭐라고 나한테 그러더라니까. 아줌마. 애들은 놓고 가면서 이까짓 세간은 실어가서 뭐한데요. 이러는데 지가 뭔 상관이여. 그게 다 우리 아부지가 그때 당시 얼마나 비싸게 주고 사준 혼수였는데. 내가 누구 좋으라고 그걸 두고 오겠어. 싸악 다 가져왔지."
그걸 듣고 있던 젊은 여자는 순간 목이 탁 걸렸다. 그 사내가 누구든지 어디 살든지 지금이라도 찾아내고 싶었다. 그를 찾게 되면 팔뚝을 잡고 말해야 했다.
"제가 어떻게 감사인사를 드려야 할까요."
몇 달을 목이 쉬도록 엄마를 찾아 울며 마당을 헤집던 세 살 아이의 부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