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요. 사랑합니다.
지역 대학병원에 볼 일이 있어 들렀다. 일찍 도착해서 시간이 좀 남았다. 의자에 앉아있기 답답해서 어슬렁거리며 복도를 돌아다녔다. 2층 커다란 창문이 열려있길래 가보니 바람이 제법 서늘했다. 내다보니 바로 옆 건물이 장례식장이었다. 주차장 바로 옆이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이 한적한 곳에 문득 두 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나이는 대략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두 사람은 몸이 호리호리하고 키가 훤칠했다. 두 사람 모두 양 손엔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 사람이 세 잔의 커피를 들고 가고 있다. 주차장을 지나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기까지 그 두 청년을 유심히 바라봤다. 2층 창문이라 표정까지 보이진 않았지만 그들의 걸음걸이는 가벼웠고 어깨는 단정했다.
새까만 상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둘의 모습은 패션 화보 속 모델같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무슨 이유인지 위안이 됐다.
알록달록한 꽃집 옆을 지나치게 되면 무심한 나라도 고개 돌려 바라본다. 생명력넘치고 아름다운 꽃은 언제봐도 기쁘다. 나는 꽃집을 보면 감상의 마지막 즈음엔 장례식장이 떠오른다. 꽃과 장례식장은 사실 밀접하기도 하고. 장례식장 근처로 지나칠 때면 살짝 고개를 돌릴 때가 많았다. 차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장례식장은 꽃집처럼 되새겨보고 싶은 곳은 아니니까. 어쩌다 상복을 입고 무거운 표정을 한 상주가 걸어가는 것을 볼때는 그의 슬픔을 위로하기보다는 언젠가 나도 저 상복을 입을 것이 벌써 두려워진다.
죽음은 무섭고 서늘한 악취를 풍기는 공포로 다가온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언젠가 내 인생에 죽음이 닥칠 일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차라리 내가 오늘 저녁엔 프랑스에 가서 와인을 마시고 오는게 더 현실적인것만 같다. 누구나 겪었고 누구나 겪을 일을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느끼고 싶어하는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상대는 죽음이니까.
상복을 입고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슬픔을 토해내는 죽음은 겪고 싶지 않다. 머리가 띵하도록 울고 믿기지 않는 마음에 숨이 쉬어지지 않는 고통은 없었으면 좋겠다. 떠나가는 이를 추억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좋은 곳에 먼저 가시어 훗날 하루같이 또 영원히 만나자고 약속하는 죽음이었으면 좋겠다.
발걸음도 가볍게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마시며 산 자의 일상을 포개는 죽음이었으면 좋겠다. 죽음이 뭔지 모르는 천진난만한 나는 이렇게 또 나불댄다. 알지도 못하면서. 죽어도 모르는게 죽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