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가 아니라서 미안해.

엄마는 물건 고르는 시간이 정말 지루하단다. 대충 사자.

by 돌터졌다

아이와 가끔 편의점에 가면 난처할 때가 있다.

"음료수나 뭐 너 필요한 거 있으면 골라와."

내 말에 아이는 신나서 냉장고 앞으로 간다.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는다. 그걸 보고 있는 나는 어느새 팔짱을 낀다. 오늘도 5분은 가볍게 넘기겠지.

"뭐 맘에 드는 거 있니?"

"아니. 잠깐만."


마음이 급해진다. 편의점에서 5분은 그냥 보내기에 너무 긴 시간이다. 라면도 다 익을 시간이고 삼각김밥 하나 정도는 1분 안에 고르고 계산을 마친 뒤 1분 30초 동안 렌지에 돌려서 포장 뜯어먹으면 절반은 먹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도 조용히 기다려준다.

아이가 나를 한번 슥 보더니 이것저것 가져온다.

계산을 하고 나와 아이와 손을 잡고 걸으며 기어이 나는 한 마디를 하고 말았다.


"이봐. 자네. 오늘 자네가 산 게 얼마인 줄 알아?"

"응. 칠천삼백 원. 아까 들었어."

가끔 잔소리를 할 때는 아이에게 "자네"라고 불렀다. 야, 너, 아무개보다는 자네라고 부르면 내 마음이 조금 냉정 해지는 효과가 있어 좋다.


"칠천삼백 원이지?"

"응. 근데 왜 물어봐? 돈 엄마가 내놓고."

"솔직히 칠천삼백 원은 아니라고 본다. 나는."

"무슨 말이야?"


"칠천삼백 원짜리 살 때는 칠천삼백 원어치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넌 오늘 칠만 원어치 산거 같아. 나중에 남자 친구 고를 때 그렇게 신중히 생각하고 3만 원 이하 물건을 살 때는 쉽게 골랐으면 좋겠다. 뭐 내 생각에 그렇다고."


"엄마. 돈은 소중한 거야. 초등학생한테 3만 원은 큰돈이지."


"그래. 그럼 만원으로 하자. 만원 이하 물건 살 때는 쉽게 골랐으면 좋겠다."


천 원짜리 물건은 천 원어치만 고민하고 샀으면 좋겠다. 그렇게 사들인 천 원짜리 물건은 천 원어치의 값어치를 내게 할 것이므로. 더 깊이 공들여 추가 비용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천 원짜리 물건 하나 사서 나는 만원 어치만큼 써먹었다는 소리는 전혀 반갑지 않다. 등가교환의 법칙을 깨는 일은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인생에서는 더더욱. 작은 값어치를 크게 활용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은 것을 통해 크게 이득을 취하려는 자세는 내 시야를 좁게 하고 정작 큰 것을 놓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쳇. 편의점에서 고작 칠천삼백 원 써놓고 이 무슨 쪼잔한 생색인가 싶기도 하지만.


수평선이 정말 아름다운 해변가를 거닐며 바닥의 조개껍질을 줍느라 광활한 풍경을 놓칠까 조바심이 난다.


"대신 앞으로 남자 친구를 고를 땐 자네의 그 편의점 정신으로 이틀은 고민했으면 좋겠네."


"응. 이틀 이상 고민할게. 근데 엄마. 푼돈도 아껴야 부자 되는 거 아니야?"


"맞는 말이지. 근데 그렇게 생각하면 푼돈도 아예 안 쓰면 더 빨리 부자가 될 수 있어. 천 원짜리 물건을 사면서 만 원어치 너의 시간과 생각을 쓰면 그것도 낭비라고 생각한다. 천 원짜리가 만 원어치 값어치를 하는 건 사실 어렵거든. 천 원어치 로또가 당첨이 안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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