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속이는 상처

눈물은 보이지 않는다.

by 돌터졌다

이틀 전인가 새벽에 잠을 자다 갑자기 오른쪽 발등을 벅벅 긁어댔다. 낮에 맨발에 로퍼를 신고 돌아다닐 때부터 슬금슬금 가렵던 곳이다. 잠결에 가려운 그곳을 손톱을 세워 작심하고 긁었다.

알레르기 체질인 나는 반 의사가 다 되어 이까짓 가려움증은 걱정도 하지 않았다. 시원하게 마저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발등에 온통 피가 말라붙어 있다. 어머 이게 뭐야. 싶어 살펴보니 상처가 깊었다. 이제 보니 발등에 상처가 생겨 근질거린 것을 알레르기인 줄 알고 피가 날 때까지 긁어댄 것이었다. 보통 상처가 나면 아프지 않나? 내가 이렇게 감각이 무딘 사람 일리가 없는데 황당했다.

항생제 연고를 바르면서 그제야 따갑고 쓰라린다. 쭈그리고 앉아 발등에 연고를 바르는데 등을 덮은 내 머리칼이 덩달아 발등을 덮는다. 얘. 니 주인이 그래. 너 좀 아팠겠다.라고 내 욕이라도 하듯 슬금거린다.

머리칼을 째려보는데 문득 내 나이에 이렇게 긴 머리가 가당키나 한 걸까 싶다. 상처로 근질거리는 것과 알레르기도 구분 못하는 내가 말이다. 깔끔하게 단발로 바꿔야지 생각하다 금세 또 아까워진다.

나는 이마도 튀어나오고 뒤통수도 짱구인데 긴 머리카락 틀어 올려 묶으면 얼마나 이쁜데. 갑자기 눈물이 마구 떨어진다.

연고 뚜껑도 안 닫고 그대로 손에 쥐고 엉엉 울어버렸다.


"내가... 이 숱 많은 머리카락을... 틀어 올려 묶고 까만색 터틀넥.. 을.. 입으면... 오드리 헵번 같다고... 엉엉... 그랬는데... 엉엉..."


아이고 머리야. 이 주책은 나이도 안 먹는가 보다. 베란다 문은 활짝 열어두고 창문도 열렸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연고를 바르던 나는 누가 죽기라도 한 듯이 엉엉 울어버렸다.


엉엉 울어버렸다.

엉엉 울어버렸다.


2006년 그 어느 날처럼 고개를 처박고 꾸밈없는 목소리로 가슴 깊숙이 박힌 한을 꺼내듯

엉엉 울어버렸다.

그때는 울음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고 지금은 없다.

그때는 몰라서 울었고 지금은 알아서 울었다.



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은 내가 알지 못한다. 우리는 그걸 참 많이 까먹고 살고 있다. 눈에서 눈물이 후드득 떨어져도 스스로가 괜찮은 줄 착각할 때가 많다. 내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나를 판단할 때가 더 많다. 눈물은 내 눈에서 흐르는데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괜찮은 줄 착각할 때가 많다.

슬금슬금 흐르는 눈물을 왜 이렇게 가렵지? 아무렇지 않게 손으로 쓱쓱 닦아낼 때가 있다. 그게 눈물인지도 모른 채. 자신이 괜찮은 줄만 알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 살펴봐야 한다.


실컷 다 울고 연고 뚜껑을 찾아 닫고 머리칼을 야무지게 틀어 올려 묶었다.

휴일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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