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사람이 브런치에 업무 관련해서 글을 올리고 있다. 그 사람도 내가 가끔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서로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음은. 너의 글을 읽었지만 굳이 티를 내고 싶지는 않고 나도 그럴 테니 너도 조용히 해달라는 무언의 협박? 일 테다.
우린 친하지 않다.
어느 날 그 사람이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나도 업무 관련한 글은 이제 그만 쓸까 봐. 그냥 너처럼 개인적인 이야기나 소설 같은 뭐 그런 글을 써볼까 해. 아무래도 업무 이야기보다는 좀 더 쉽게 써지지 않겠어?--
우린 친하지 않다.
그래서 순간 나는.
나를 멕이는 건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봤다.
좀 더 쉽게 써지지 않겠어? 쉽게. 쉽게. 쉽게.
반격의 말이 혀끝에서 달랑달랑 거린 이유는 나도 모르게 깊이 생각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확히 저 사람과 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신변잡기에 불과한 일상 이야기를 쓰는 건가. 나의 이런 개인적인 감상을 쓰는 것이 민폐는 아닐까. 아니 그래도 내 글은 소중해. 내 글을 정말 사랑한다고. 그리고 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들을 나는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하는데?
차라리 업무 관련해서 글을 쓰자면 목차 조로록 뽑아 주제를 던져 토도도독 쓸 수 있을텐데 생각도 해봤다.
업무를 하면 완전히 혼자 하는 일이 아니고서야 사람과 접촉할 테고 그럼 그 과정에서 소재거리도 더 많은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자신의 직업이 노출되는 걸 꺼릴 수도 있고 어디 가서 발설하면 민,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각서에 서명을 했을 수도 있고 특정 직업군으로 노출되어 딱 찍혀 버릴까 봐 못 쓰는 사람도 있겠다 싶었다.
소중한 일상의 감성적인 이야기를 쓰는 사람과 다양한 업무 에피소드와 전문성을 살린 글을 쓰는 사람은 어쩌면 각자 서로를 마주 보며 상대편의 글쓰기를 더 쉽게 생각하는 걸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작사를 할 때는 상황을 아주 구체적으로 생각할수록 한결 쉬워지는 것 같다. 멜로디를 듣는 순간 휘릭 쓰는 것도 능력이지만 때론 미리 상황을 몇 가지 설정해두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서로 사랑했으나 결국 헤어지고 아직까지 가슴에 품고 사는 연인들의 심정--이라는 상황은 애절한 가사가 나오기에 충분하다.
가사만 두고 보면 누구나 가슴에 숨겨둔 그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들이 많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아유. 짝사랑이네. 이건 사귄 것도 아니지, 얼마나 지질하면 이렇게 오래 주접을 떠는 거야?--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성공한 사랑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을 더욱 깊고 진하게 기억하지 않을까. 그 아쉬움을 이렇게나마 고백하는 그 심정을 당신도 알고 나도 알.....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인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지금 난 뜬금없이 유전학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손톱만 한 글을 쓰고 인용을 하더라도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예닐곱 권의 유전학 책을 빌려다 놓고 전공서적도 뒤적거리고 있다. 내가 원해서 하는 공부는 아닌데 하다 보니 재밌다. 유전학과 관련된 글쓰기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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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나. 그 결혼하지 마요.--당신의 유전자가 위험합니다.
4. 게놈의 인간. 네속셈을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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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 이런 거. 이런 거 재밌을 것 같다.
이 공부가 끝나면 유전학자인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의 희귀병을 치료할 연구를 성공시켰으나 그동안 외롭게 한 남자 친구의 죽음을..... 뭐래니...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