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거창해 부끄럽다. 작가는 무당인가. 글을, 특히 소설을 쓰는 작가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이번 작품을 쓰실 때 어떤 마음이셨는지, 혹은 무엇을 나타내고 싶으셨는지요......
나는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 중고등학생 때는 이문열 작가, 신경숙 작가, 은희경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다. 대개 어떤 작가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그 사람의 취향이나 성향을 쉽게 알 수 있기도 하다.
조금 웃긴 이야기지만, 내가 소설을 습작할 때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은 사람들이 내 습작을 혹시 읽게 된다면.
어. 너 이런 사람이었어?라고 하면 어쩌지 였다.
하... 자존감 낮은 거라고 평가한다면 할 말 없다.
하지만 누구도 정유정 작가에게 살인마들의 심리 묘사가 탁월한데 혹시 본인이 그런 살인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이냐고 묻지는 않을 것이다. 작가에게 소설은 굉장히 좋은 방패가 되기도 한다.
소설은 무엇이나 가능하다. 아름답고 밝은 이야기 말고 충격적이고 혐오스러운 이야기로 명망 있는 상을 받은 작가들도 무수히 많다. 아무도 그 작가들에게 이 살인 이야기 혹시 경험담이신가요 라고 묻지는 않는다.
물론 한 유명 작가가 말했듯이 소설 속에는 그 작가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나 주제가 면면히 흐른다. 개인의 성장에 집착하는 작가가 있다면 사회부적응 인간에 집착하는 작가도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주 작은 씨앗 하나를 소설 속에 심어 이리저리 키울 뿐이다.
그래도 분명한 건. 작가는 무당처럼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버려야 글이 써진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심연을 헤집고 들어가야 글이 전개가 된다. 무당이 빙의가 되어 방울을 흔들어대는 것처럼 글을 쓰게 된다.
아무도 찾지 않는 무당은 궁핍하고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내가 쓰는 소설도 조금 영리하게 남들의 눈에 띄는
주인공이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