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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터졌다 Nov 14. 2021

아껴 울기

오랜만에 노인과 바다를 몇 장 다시 읽었다. 감정을 절제하며 잔잔한 풍경화처럼 읽히는 노인과 바다는 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나는 가끔. 

너무 외로워서 눈물이 난다. 

곱게 조금씩 흐르는 눈물보다는 내장의 울림이 느껴지는 그런 통곡을. 애써 꾹 감은 눈으로 막아보려는 울음을 터트린다. 

그럴 땐 노인과 바다를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좀 웃기는 상황이다 싶기는 하다. 극렬한 통곡이 터지는데 서둘러 노인과 바다 책을 펼쳐 들고 뿌연 눈으로 읽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억지스럽다. 

많이 울어본 사람은 안다. 

이렇게 내장이 끊어지듯 울어도 울어도 어차피 내일이면 또 울음이 나올 테고 이렇게 울어봐도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차라리 끝까지 통곡하지 않는 것이 남는 장사다. 

차라리 아끼고 아껴 조금씩 우는 것이 이득이다. 

울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울 때마다 미치게 아픈 자신을 그냥 내버려 두는 건 스스로에게 못할 짓이다.


많이 울어본 사람은 안다. 

울음에도 꾀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무턱대고 울어대면 온몸이 아프다. 몸이 너무 힘들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나눠 울어야 한다. 

울음이 울음을 부르고 그 울음이 또 더 깊은 울음을 끄집어낸다. 

그렇게 울다 혼절한 사람은 안다. 

이렇게 울어대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것을.


그러니 목이 막히고 코가 매워지면 나는 차분하게 노인과 바다를 읽으련다. 

글 속의 노인에게 어차피 그 물고기는 당신이 잡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차피 잡은 물고기는 뼈만 남겨 가져 갈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그 며칠은 어쩌면 실속 없는 헛고생일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글 속의 노인은 이미 정해진 대로 계속 행동하겠지.

집으로 돌아가 힘없이 자신의 침대에 누운 노인은 비로소 편안했을까. 


누군가도 나를 읽으며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을까. 

어차피 너는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고 더욱 슬퍼질 것이라고. 

어차피 너는 그 실속 없는 울음으로도 위안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그러니 차라리 아껴울으라고. 

외로운 너의 마음을 조금씩 나눠 고통받으라고. 


까맣고 넓은 바다 위 혼자 조그맣게 떠다니며 아껴 울던 나도 결국은.

내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가. 

그래도 내 침대 안에 누워 편안에 이르기를 

오늘도 아껴 울며. 

소망한다. 


내 외로움을 아무렇지 않은 듯. 바싹 마른 손바닥을 비비며

차가운 내 침대로 돌아가 평화롭길

아껴울며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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