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분을 알았던가. (나의 해방 일지)
오늘도 잘 살아야겠습니다.
염미정 어머니 돌아가셨네요.
드라마인데. 그냥 극일뿐인데 눈물이 솟고 가슴이 뻥 하네요.
에고. 눈떠서 잘 때까지 엎어져 일만 하고
다 큰 자식들은 제 앞길 가는 것도 힘들어 에미한테 한번 웃어주지도 않고
남편은 집주인마냥 꼬박꼬박 삼시 세 끼로 집세 내놓으라 하고.
낙이 없지만 그래도 조금 더 있으면 조금만 더 있으면.
기정이 시집가 애라도 낳으면 산바라지 하고
미정이 저것도 제 짝 만나면 얼굴 좀 활짝 필테고
창희 녀석. 맨날 억울해하는 아들내미. 제 아빠가 언젠간.
한몫 좀 떼어주면 속 좀 피겠지. 그것 좀 이제 곧 보겠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설거지하다 보면 해 저물고
그제야 나는 뭔가. 나는 오늘 좀 웃었나 생각하면
속이 쓰리고
언뜻언뜻 세수할 때나 보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참. 중늙은이. 아예 확 늙어서 아쉽지나 않았으면 싶고.
내가 그분을 알았던가.
내가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이불도 안 펴고 맨바닥에 누워 자듯이 돌아가신 그분이.
날 알았던가.
이것아. 속 차려. 그러구 엎어져있지 말고
내일 날 밝으면 당장 나가 이쁜 옷 한 벌 사 입어.
먹고 싶은 비싼 거 좀 사 먹어.
그래야. 니가 안 울어.
나중에 너무 억울해서 울지는 말아야지.
이것아. 속 차려.
내가 그분을 알았던가. 아니면 내가 그분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