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있으면 끝까지 해봐.
책을 보는데 베란다쪽이 계속 거슬린다.
아파트 건너편 주택가 어디선가에서 개 한마리가 짖고 있다.
왈왈왈왈.. 짖는게 아니라. 2,3초 간격쯤으로 왈. 왈왈. 왈왈. 반복하고 있다.
지금이 밤 11시가 넘었는데 저 녀석은 내가 책을 펴기 시작한 10시쯤부터 계속 저러고 있다.
나도 개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러려니 했는데 한시간이 넘어가니 신경쓰인다.
목이 안 아픈가?
성대가 인간보다 튼튼해서 상관없나?
아기들이 몇 시간째 울어대는 것과 비슷한 건가?
근처에 낯선 이가 계속 서있는건가?
주인은 출타중인가?
별 생각을 다 하고 있다.
낮에 읽은 아주 멋진 글 내용이 생각났다.
힘든 과거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그것이 현재 내 발목을 잡는 도구가 되도록 하지 말고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쪽을 택하라는 글이었다.
애정있는 말투로 조곤조곤 고통보다 아름다운 미래에 더 집중하라는 훌륭한 조언이었다.
너무 멋진 내용이라 곱게 일기장에 옮겨 적어놓고 외우리라 다짐했다.
내가 너무 자기연민에 빠져 불평해댄 것은 사실이지.
내가 너무 피해자인척 군 것도 사실이지.
내가 나태함을 유치하게 포장하려 한 것도 사실인 것 같아.
슬며시 눈치가 보인다. 하소연과 불평은 이제 고만할까?
갑자기 베란다 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야. 그만 짖어. 시끄러!"
개 주인인가 보다.
그래도 개는 계속 짖고 있다. 2,3초 간격으로 왈, 왈왈,
끈기가 대단한 개다.
과거에 왜곡된 의미부여하지 말고 과감히 털고 일어나려고 결심한 오늘의 나에게 저 개는 계속 짖어댄다.
할 말이 정말 많은가 보다.
뭐가 엄청 억울했나 보다.
그래 짖어라 짖어.
짖다 짖다 다 짖거든 그땐 너랑 나 둘이 후련하게 다시 시작하기다. 알았지?
내 몫까지 오늘 싹 다 짖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