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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의 발.

나비처럼 날았으면 나비처럼 내려오렴.

by 돌터졌다

아이 못지않게 놀이공원에 놀러 가길 좋아했다. 내 기준에 조금이라도 위험한 놀이기구는 아이도 타지 못하게 했었다. 아이가 어릴 땐 그래서 회전목마를 서너 번씩 탔다. 아이보다 내가 더 좋아한 것은 바로 무용단의 공연이었다. 내가 여기 오는 이유기도 했다. 야외무대 위 외국 무용단들이 추는 춤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 아이가 그만 보고 가자고 할까 봐 미리 준비한 초콜릿 과자를 주면서 시간을 끌었다.

춤의 스토리보다 유심히 본 것은 무용수의 발이었다. 날렵한 몸으로 딱딱한 콘크리트 무대 위를 펄쩍펄쩍 날듯이 뛰는 무용수들의 발. 저걸 하루에 몇 번씩 얼마나 힘들까 싶어 바라봤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공중 높이 치솟았다가 내려앉는 무용수들의 발은 놀랍도록 살며시 착지한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절묘하게 공중위에 자신의 체중을 가득 실어 올리고는 깃털처럼 가볍게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풍성한 날개를 퍼덕이고 있는 나비처럼.

화려한 날개를 바라보느라 나비의 다리는 미처 보지 못하는 사람들과 달리 난 그들의 다리만 보고 있었다.

한편으로 대견했다. 아름다운 자신의 몸을 지키며 춤을 추는 그들이 사랑스러웠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내가 뭘 놓쳤는지 깨달았다. 쿵쾅! 쿵쾅!

힘을 실어 이를 악물고 높이 올라갔다. 더 올라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시선은 여전히 공중을 향했다.

다음에 더 높이 올라야지 다짐하며 꽉 쥔 주먹만큼 단단한 내 발을 다시 힘껏 굴렀다. 쿵! 쿵!

더 힘차게 굴러야 더 높이 올라갈 줄만 알았다. 쿵! 쿵!

이 정도 아픔이야 올라가는 데 필요한 희생인 줄만 알았다.


다시 무용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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