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는 이렇게 설득합니다 2
타인을 설득하려면 의견이 명확해야 하고 이에 대한 이유와 근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마케팅에서는 확신이 없어야 잘되기도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죠? 마케팅에서는 '성공', '실패'처럼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습니다. 좋거나 더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할 뿐이죠. 그래서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더 좋은 결과를 위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길 끝에는 고객이 바라는 지점 이어야 하고요. 이거야 말로 아주 좋은 결과일 겁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성공과 실패로 판가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한 방향으로 나아가 고객이 바라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생각이 확고한 사람은 그 의견을 밀어붙여서 모두를 설득시키려고만 합니다. 그와 더불어 '나는 맞고 상대방은 틀렸다'라고 주장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결코 얻지 못한다. 무식한 소리 하지 마라"
현직에서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요? 이렇게 자기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좀처럼 의견을 굽히지 않습니다. 다 큰 어른도 가끔 말로 해결이 안 되는 사람이 있잖아요. '절대로 그 방법은 안된다, 실패할 거야'라고 하면서 실패할 이유만 잔뜩 늘어놓게 됩니다. 그래서 그냥 '그럴 수 있지'정신으로 경우의 수를 고려해 보는 게 좋습니다.
설득은 이해시키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나도 상대방이 왜 이해하게 되었나 생각해봐야 합니다. 내 의견이 아무리 맞다 해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일단 져 주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해해줬으면 하는 상대의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 넣을 여백이 필요합니다. 그 사람의 그림에 내가 조화롭게 그려 넣을 공간이 있으면 함께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번 설득만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설득당하기도 하잖아요. 너무 확신만 가득 차 있으면 쉽게 부러집니다. 대나무처럼 단단하지만 유연하기도 한 모습이 반드시 있어야 설득도 하고 설득을 당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결국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 고객이 바라는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니까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일들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 속에서 확신 없이 의견을 내며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에 힘써보시기 바랍니다.
여러 사람의 여러 의견들 가운데 고민이 되는 좋은 안들이 많은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이것이 맞다/틀리다, 옳다/그르다라고 표현하기보다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게 좀 더 낫지 않을까요?' 정도로 표현하는 게 좋습니다. 우리 모두는 당연히 틀렸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잖아요. 좋은 의견이지만 채택된 안 보다 조금 부족해서 내가 의견을 낸 안이 안된 거라면 인정할 수 있겠으나 틀렸다고 말해버리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껄끄러운 순간들을 맞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보고 누군가는 우유부단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럿이 일하게 되면 그만큼 많은 의견이 나오게 되고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감정 상하지 않게 하려면 조금 우유부단해 보여도 이렇게 하는 게 조금 더 낫지 않나요? 다만 저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됩니다. 그래서 여기에 필요한 건 우리의 의견을 잘 정리해 줄 리더가 필요합니다. 확신 없이 내뱉은 여러 의견들 가운데 보석 같은 아이디어를 발굴해 내고 같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개발시켜준다면 조금 우유부단해 보여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리더를 하고 싶다는 사람은 대체로 그럴 마음이 없는 사람보다 적습니다. 특히 요즘 세대의 회사에서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였던 걸 보면 대체로 맞다고 인정하실 겁니다. 그러나 이럴 때 열정을 갖고 능동적으로 리더 역할을 자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리더가 감당해야 할 무게는 꽤나 무겁지만 그만큼 경험적으로 얻게 될 이득이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의견을 취합해서 정리하는 데에 앞장선다면 나중에는 상황 정리나 요약에도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고 책임지고 끌어가겠다는 책임감 또한 커질 겁니다.
확신 없이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듣고 강단 있는 확신으로 좋은 길까지 안내하는 안내자의 역할이 저는 이제 탐나기 시작하네요. 대나무처럼 바람 따라 상황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참고서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마케팅 도서도 읽고 더 좋은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자기 계발서도 읽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