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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가 이영재 Jul 03. 2018

작은 집을 권하다

작은집 #1

우연찮게 읽었던 작은 책 한 권이 몇 해가 지나 내가 살아가는 방향의 작은 주제가 되었다. 보기에는 초라하지만 그 작은 집을 아우르는 배경은 시간이 더해질수록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된다.


내 기억은 30여 년 전으로 회귀된다.

시골 작은 국민학교 교실로 이제는 은퇴했을 법한 노신사 한분이 몇 권의 책을 옆구리에 끼고 들어왔다. 그는 선생님도 그리고 학교 관계자도 아니었다. 그리고는 떠듬떠듬 몇 마디를 하고서는 책을 넘겨줬다. 무슨 말을 하시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분은 책 외판사원이었다. 국민학교 저학년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의 책이 아니었다. 그리고 허락도 없이 외판사원에게 책을 구매한 이유로 부모님께 혼난 기억 덕분에 아직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 책은 1982년 국내에서 베스트셀러 8위를 했던 이어령 교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이었다. 소형화, 축소지향의 일본 문화를 주변인의 시선으로 소개한 책이다. 이제는 조금은 지난 관점이라 생각이 되지만 몇 해 전 읽었던 그 책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그런데 그 노신사, 외판사원은 왜 그 책을 국민학생에게 팔았을까?

이어령 교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과 다카무라 토모야(高村友也)의 『SMALL HOUSE』


한 책은 한국어에서 일어로 번역되었고, 한 책은 일어에서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두 책은 일맥 하는 부분이 있다.

‘다카무라 토모야(高村友也)’ 또한 그의 책에서 『일본은 인구에 비해 그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하다. 그로 인해 작은, small이라는 컨셉이 가장 유용한 무기이며, 가치였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제 와서 왜 우리가 ‘작은’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가 하면 우리는 일본과 많은 부분 닮았기 때문이다. 근대화에 한발 늦은 출발을 했던 우리는 싫든, 좋든, 아니면 본의 아니든, 어쨌든 이웃 나라이며, 국토와 경제적 능력, 문화 등 많은 부분 그들의 경과와 유사하다. 그러므로 그들을 살펴볼 이유가 생겨버렸다.


‘다카무라 토모야(高村友也)’의 책 『SMALL HOUSE』 그리고 이 책의 번역본(오근영 옮김)인 『작은 집을 권하다』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작은 집' 이야기를 시작한다.


1. 작은 집을 권하다.


우선 서둘러 결론부터 보자.

 “너무 큰 집은 집이라기보다는 채무자의 감옥이다.”라는 제이 셰퍼(Jay Shafer)의 짧은 말을 이야기 끝나가는 무렵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카무라 토모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땅도 있고 집도 있는’ 청년이 되었다. 10만 엔을 들여 3평짜리 집을 지었다. 더 이상 집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대출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재산세 걱정도 사라졌다. 월 2만 엔으로 충분히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토모야의 선택은 좀 더 여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원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상황이 일반적이고, 극히 모범적인 사례라고는 할 수 없다.


다카무라 토모야(高村友也)’의 3평 집


그렇다면 왜 외딴 숲에 ‘3평의 작은 집’을 갖게 되었을까?


그가 생각하기에 남과 같이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에는 최소한으로 갖추어야 될 것이 너무 많았다.


남들과 같은 이동수단,

        - 우리는 조금 더 큰 차를 원한다. 차는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되었다.

남들이 갖추고 있는 정보,

        -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가치 있는 정보는 정보제공자의 무리 속에 속해야 한다.

남들과 같은 옷차림,

        - 이동수단과 더불어 무리 속으로 다가가기 위한 겉치레는 필수다.


남들과 동등한 균형감을 갖기 위해서는 원치 않는 많은 것들을 비용을 들여 내 것처럼 사용할 수 있어야 했다. 불명확한 미래를 위한 불확실한 투자를 해왔다. 미디어는 이런 현상을 당연한 것처럼 포장해 놓았고, 이마저도 한 줄 스펙으로 인식시켰다. 남들과 비교급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경쟁의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차 없이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리고 이 모든 '남들과 같은 것'의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집’이었다.


정점에 위치한 집의 개념을 다르게 정의함으로 자신의 삶의 방향성이 달라질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것은 '작은 집_SMALL HOUSE'였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는 집 그리고 그중에서도 '작은 집'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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