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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가 이영재 Jul 06. 2018

건축가의 작은 집

작은집 #4

4. 건축가의 작은 집


2016년 예술의 전당에서 「르꼬르뷔지에 展:4평의 기적」이 있었다. 프랑스의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의 작품 중 17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됨으로 인해 기념하는 전시였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우고 있는 건축의 거장이다. 그는 1999년 처음 시도되었던 타임지에서 선정한' 20세기를 빛낸 100인'(100 most influential people of the 20th century)에 선정된 건축가이기도 하다.


'TIME 100'은 타임지가 1999년 처음 미국의 학자,정치가,언론인 등이 심포지엄을 통해 선정을 하였고, 이후 2004년 부터 본격적으로 리스트를 발표하고 있다. Titans, Pioneers, Artists, Leaders, Icons, 이렇게 5개 분야로 선정하고 있다. 올해 2018년도 리더부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도날드 트럼프가 리스트에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 선정은 미국적 관점임은 부인할 수 없다.


르 꼬르뷔지에는 1951년 남부 프랑스 카프 마르탱에 오두막(카바농)을 짓는다. 코코샤넬, 그레타 가르보, 윌리엄 예이츠가 반한 풍광을 지닌 이 곳에 그의 아내 이본느와 함께 할 '최소한의 주택'을 지은 것이다. 한변이 길이 3.66m 그리고 4평 남짓한 이 작은 궁전에서 매년 여름 사색을 즐겼고 충분히 행복했다. '나는 반드시 여기서 생을 마감할 것이다'라는 예견처럼 78세를 일기로 근처 해변에서 생을 마감했다.


르 꼬르뷔지에와 카바농의 외부와 내부 모습


https://blog.naver.com/kkhfile/221282127324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52301032812000001

하지만 이 주택은 꼬르뷔지에 보다 9살 연상이었던 아일랜드 출신의 유명 가구디자이너이자 여성건축가, 근대 건축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아일린 그레이(Eileen Gray)의 ‘E.1027’을 질투심에서 지어졌다. 그 질투심의 이유는 그녀가 꼬르뷔지에 보다 앞서 최소한의 장소에 최대한의 쾌적한 생활을 강조하며 ‘최소한의 주택’을 디자인 했기 때문이었다.
위 링크된 글(김광현 교수님 블로그와 문화일보 기사)을 참조해보자.

또 하나의 작은 집인 Villa Le Lac은 스위스에 위치 한다. 이 집은 부모님 노후를 위해 지은 것으로 1924년 그의 부모는 이곳을 거처를 옮겨 생활했다. 1926년 사망한 꼬르뷔지에의 아버지는 1년 조금 넘는 기간동안 살았지만, 그의 어머니는 100세 되던 해인 1960년까지 36년 동안 이 집을 가꿨다. 그리고 형인 알버트 잔느레(Albert Jeanneret, 음악가 | 르 꼬르뷔지에의 본명은 Charles Edouard Jeanneret)도 이 곳에서 1973년 생을 마감한다.

이 집은 면적이 64㎡다. 19평 조금 넘는다. 자신의 만년을 보낸 집과 건축 거장의 가족인 부모와 형이 지낸 집은 모두 작은 집이었다.



또 다른 한 명의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 그리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와 더불어 20세기 건축계의 거장이었던 미스 반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1886-1969)는 독일 출신으로 나치의 정치적 탄압으로 바우하우스(Bauhaus)가 문을 닫게 되자 1937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활동하게 된다.

1951년 65세 때 지어진 판스워스 하우스(Farnsworth House)는 에디스 판스워스(Edith Farnsworth) 박사의 주말 주택이다. 철골 프레임과 판유리로 투명하게 지어진 이 하얀색의 단순하고 완고한 주택은 시카고 외곽의 폭스 강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범람을 고려하여 6피트를 들어올려다. 모더니즘의 걸작으로 집은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고 건축적 가치로서는 기념비 적인 작품이었지만 정작 소송까지 겪어야 했던 작품이다. 투명한 판유리로 인해 사생활은 사라졌으며, 실용적이지 못하고, 여름이면 실내는 형언할 없이 더웠고, 겨울은 동토를 방불케 했다. 자연은 바깥 뿐아니라 안에도 그대로 존재했다.


1966년 부터 지속적으로 폭스 강은 범람을 했다. 범람을 고려하여 올려진 바닥이 무색하게 잠겨버렸다. 신문은 판스워스 하우스가 익사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건축의 거장이 저지른 어처구니 없고 오만하기만 했던 실수 였고, 비록 소송에서는 미스가 승소하기는 했지만 이후 미스는 주택 설계를 할 수가 없었다. 반스워스(Barnsworth)라는 오명까지 갖게된 작은 집이다.


미스 반데어 로에와 판스워스 하우스의 평면 그리고 침수된 판스워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가장 유명한 건축가는 안도다다오(安藤忠雄,1941년생)다. 권투 선수 출신,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한 인물로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건축가로 1995년에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은 작품은 1976년에 완공된 작은 집, 스미요시주택(住吉の長屋)이다. 매끈한 콘크리트로 전면에는 입구만 남겨놓아 주변과는 이질적이었다. 노출콘크리트 벽은 외부와 차단된 내적 사유 공간을 제공하고 중정에 내리는 빛, 바람, 비는 극히 동양적 사상이 내재되어 있다.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가운데 외부 공간을 경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협소한 대지내에 한정된 예산과 법적 제약을 만족하면서 통풍, 채광, 일조를 확보하기 위한 극한의 처방은 안도다다오의 건축 전형이 되었다.

안도다다오와 스미요시 주택

이 집의 면적은 65㎡ 다. 채 20평이 되지 않는 작은 집이다. 이 작은 집에 내려진 찬사는 1979년 일본 건축학회상을 안겨주었고 세계적인 건축가로 부상할 기회를 부여했다.


작은 집은 그 규모 때문에 손쉬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크기만큼 평가의 관용폭도 좁아 냉정할 수 있다. 거장 건축가에게 조차 어려운 작업이다. 작은 집 하나를 대함에 있어 교만에 가득차면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겨주기도 하고 자신의 건축적 철학 모두를 4평의 작은 공간으로 정립하기도 한다. 그리고 세계적인 건축가의 첫걸음이 되기도 한다. 작을 수록 건축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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