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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가 이영재 Jul 04. 2018

작은 집이 늘어나고 있다

작은집 #3

3. 작은 집이 늘어나고 있다. 왜?


작은 집의 시작은 아이러니 하게도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물질문명의 표본이 되어왔던 미국에서 놀랍게도 작은 집의 수요가 급상승하고 있다. 여전히 주택의 평균면적은 미국이 세계주요국가들 중 1위이지만, 이 곳에서 이렇게 작은집의 수요가 급증한 이유는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였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 때문이었다.



21세기 접어 들어 미국의 각종 지표는 바닥권을 맴돌고 있었다. 경기부양책으로 급기야 미국 정부에서 빼어든 칼은 초저금리 정책이었다. 저금리 정책은 주택융자 금리를 인하시켰고, 덩달아 부동산가격의 거품이 점점 커져갔다. 주택담보대출격인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대출금리보다 주택가격 상승율이 높아졌고, 파산 후 매각을 하더라도 금융회사의 자본 손실을 보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에 거래량 폭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저금리 정책이 종료됨과 동시에 부동산 거품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금리의 상승은 두드러졌다. 가장 피해를 보는 계층은 저소득자였다.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금융기관의 대출금 회수불능으로 손실이 발생했다. 기업의 잠재되어 있던 부실은 이를 계기로 불거졌고 정부는 이 사태를 방관할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면서 파산하는 금융사와 증권사가 늘어났다. 미국발 경제 위기는 세계금융위기가 되었다.

2008년도 우리도 그 여파를 피해가진 못했다. 지수 2,000 시대를 맞으며 광분했던 주식시장은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렸고 주식붐으로 기회를 노리다 뒤늦게 편승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다.


급기야 경제 위기는 출산율을 낮추는 결과마저 초래하게 된다. 1909년 출산율 통계가 시작된 이래 2016년에 들어 1/3 수준까지 낮아졌고, 개인주택의 면적도 덩달아 줄기 시작했다. 체질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경제 사정에 맞춘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며 친환경적인 삶’을 누릴려는 욕구와 함께 ‘작은 집’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작은 집 운동(small house movement)」

작은 집운동은 일반적으로 46m2(14평)의 정도의 집을 짓고, 모든 제반 비용을 감소시키는 소비주의 주도 사고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 운동의 확산과 더불어 아마추어 빌더의 수가 급증함으로 인해 안전이 우려되고 있다. 현실적 비용으로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한가지 유념할 것은 모든 사람에게 권장되는 형태의 주거 형식은 아니다.


이러한 수요는 작은 집 운동으로 이어졌고,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동기에 따라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대중적인 일반문화라 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



작은 집은 두 가지 선택 경향(소극적, 능동적)에 의해서 나타난다.

첫 번째는, 사회적 상황, 경제적 상황에 의한 소극적 선택이다.

사회적 상황이라면 미국발 경제 위기였고, 경제적 상황이라면 그로 인해 개인의 소득 감소로 작은 집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다카무라 토모야의 경우처럼 자신의 삶에 최적화된 형태의 집을 구상하고 능동적으로 선택한 경우다. ‘작은 집 운동’의 진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작은 집 운동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선구자적 인물은 제이 세퍼(Jay Shafer)였다. 1999년에 자신의 집을 ‘small house’ 붙임으로 인해 작은 집이 통상적인 명칭이 되었다. 그 외에도 tiny house, little house, micro house, compact house, mini house 라고도 불린다.


제이 세퍼가 작은 집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물건을 소유하는 이유가 반드시 ‘필요해서’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부와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서의 측면이 없지 않다. 작은 집 운동이 의미 있는 점은 작은 공간에서 살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생활, 즉 삶의 질과는 전혀 타협하지 않으면서 단순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물건과 공간에 신경을 쓰는게 귀찮아서”

“물건은 적을수록 좋다.”

“쓸데 없는 공간을 관리하는 일은 소모적일 뿐이다.”가 이유였다.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작은 집이라면 일본 만큼이나 우리도 익숙하지 않은가. 학교를 다니면서 우리는 고시원이라는 쪽방에서 살았다. 가히 환경은 최악에 가깝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울로 상경이라도 했으면 선배며, 후배 아니면 지인에게 더부살이 할 곳 부터 살펴봤다. 높은 집 값에 매매는 콧웃음 나오는 이야기이고 급여의 반 가량을 지불해야 하는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결혼으로 가정을 꾸려야 하면 가장 작은 서울 근교의 공공임대나 오피스텔을 매년 발품으로 알아봤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작은 집이 익숙하다.


아마도 우리가 제이 세퍼처럼 좀 더 귀차니즘(?) 성향이 강했다면, 그리고 근로의 조건이 개선된다면 작은 집 운동에 동참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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