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면, 떡볶이, 치킨, 햄버거, 튀김 등을 좋아한다. 몸에 해로운 것뿐이다.
좀 오래된 일인데, 어느날 롯데리아에서 라면 버거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접 먹어본 블로그 글에 따르면, 양이 적고, 먹을수록 라면 면발들이 부스러져서 재빨리 먹어야 하며, 패티는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나는 너무 궁금할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라면과 햄버거 두 개를 동시에 먹을 수있다는 생각에 꼭 먹어보고 싶었다.
나는 할 일이 많을 땐 하단 오거리 탐앤탐스에 자주 가는데, 그 바로 앞에 롯데리아가 있다. 밥 시간이 되면, 롯데리아에도 가고, 길 건너의 죠스 떡볶이에 가서 떡볶이랑 튀김을 먹기도 한다. 돈이 없을 땐 편의점 컵라면도 자주 먹는다. 하여튼, 라면 버거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탐앤탐스 가는 길에 일부러 가서 먹어 보았다. 양도 적절하고 소스도 비빔면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 꼭 맞았다. 면발도 의외로 잘 뭉쳐져 있고 패티는 들은 대로 무슨 맛인지 알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불량식품이라고 많이 못 먹게 했던 라면과 햄버거를 동시에 먹으니 기분까지 불량해지는 것 같았다. 뭔가 부모님의 눈을 피해 나쁜 일을 하지만 동시에 자유로움과 쾌감을 느끼게 되는 그런.맛이었다. 그 뒤로는 롯데리아 갈 일만 있으면 라면 버거를 먹었다.
지난 일요일에도 할 일이 많아서 탐앤탐스에 갔다. 탐앤탐스에 올라가기 전에 오랜만에 라면 버거가 먹고 싶어서 롯데리아에 갔다. 롯데리아에도 아웃백처럼 시즌 메뉴가 있나 보다. 매장 문에 무슨 ‘닭강정 버거’라는 이름의 신메뉴 포스터가 크게 붙어 있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라면 버거 있어요?” 하니까 점원이,
”이제 라면 버거 없어요.”
하였다.
나는 크게 실망했다. 게다가 이제 다시는 못 먹는다니.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 나에게 점원이 말했다.
”새로 나온 닭강정 버거 드셔 보시죠?”
나는 그냥 갈까 하다가 이왕 온 김에 맛이나 보고 가려고 “그거라도 주세요.” 하였다.
점원은 주방쪽으로 주문을 넣으러 돌아보다가 그 옆에 있는 또 다른 점원에게 말하였다.
”와 드디어 하나 팔았다.”
나는 왠지 이용 당한 기분이 들었다. 라면 버거도 영영 못 먹게 되고, 맛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를 신제품의 실험용 고객이 된 듯해서 우울했지만, 강정 버거의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오늘 창작 영재 수업 간식으로 학부모님이 강정 버거를 보내 주어서 잊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 아기가 커서 라면, 떡볶이, 치킨, 햄버거, 튀김 등만 좋아하고 밥을 잘 안 먹으려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갑자기 그게 걱정된다.
아기의 입맛은 3살 이전에 먹은 음식에 길들여져서 나중에 낯선 음식을 잘 못 먹게 된다고 하기에, 3살 되기 전에 미원, 설탕, 다시다, 콜라, 과자 같은 걸 안 먹이면 어떨까 하고 친구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친구가 말하길,
”다 소용 없다. 우리도 다섯 살 때까지 유기농만 먹이고 설탕 없는 과자만 먹였는데, 어린이집 가서 사탕 한 번 먹더니 애가 사탕맛에 환장을 하더라.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우리 부모는 나에게 먹이지 않았냐는 듯이 미친듯이 사탕맛에 빠져 들더라.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나도 간디처럼 내가 먼저 끊고, 우리 아기에게 안 먹이든지 해야겠다. 어린이집에는 또 뭐라고 말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