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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쌍쌍바

by zipnumsa


 4교시에 운동장을 지나가는데 우리 반은 체육이었나 보다. 주황색과 연두색 조끼를 입은 아이들이 티볼이라는 야구 비슷한 경기를 진지하게 하고 있었다. 잠시 구경하며 물어보니 경기 결과가 수행평가에 반영된다고 하였다. 몇 분 더 구경하다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이긴 팀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사줄게.”

 “진짜요?”

 “얘들아, 선생님이 이기면 아이스크림 사준대!”

 “야, 잘 해!”

 아이들은 신나서 응원을 하였다. 사실 오늘 청소 시간에 학교에서 3학년 반마다 아이스크림을 넣어주기로 한 날이어서 반쯤 장난삼아 말해 본 거였다. 진 팀도 수고했으니 아이스크림 같이 먹자고 하면 더 기뻐할 거라 생각하니 혼자 흐뭇해져서 교무실로 돌아왔다.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 여진이와 하진이가 찾아왔다.

 “선생님, 진 팀도 아이스크림 사주시면 안 돼요?”

 “맞아요, 두 팀 다 열심히 했단 말이에요.”

 “점수도 1점 차밖에 안 났는데......”

 어차피 모두가 먹기로 되어 있는 아이스크림이다. 아이들이 기특하고 귀여워서 장난을 좀 쳤다.

 “그래도 이긴 팀이 더 열심히 했으니까 보상을 받아야 되지 않겠니?”

 “선생님, 그럼 우리 ‘쌍쌍바’ 사 주세요. 진 팀이랑 나눠 먹게.”

 나는 그만 두 손 들고 말았다. 친구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이렇게 클 뿐 아니라 구체적인 배려의 방법까지 생각해서 오다니!

 며칠 전에 옆 자리 영어 선생님이 우리 반에 대해 말해 준 적이 있었다. 교사가 물으면 아이들이 영어로 대답하는 말하기 시험을 쳤는데, 질문 중에 ‘당신을 가장 짜증나게 하는 학급 친구는 누구인가요?’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반 아이들은 아무도 없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까불이로 소문난 몇 명을 말하고서 그 애들은 어떻냐고 물어도 다 좋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우리 반은 참 분위기가 좋다고 부러워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오늘 보니 알겠다. 이렇게 서로를 생각하고 위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의 분위기가 나빠질 수가 있겠나. 이렇게 착한 아이들이 우리 반에 있다는 것이 고맙고 내가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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