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학교 도서실에서 1박2일 행사를 했다. 쓰고 남은 과자가 많아서 월요일 도서실 행사에도 쓰고 교무실에도 좀 돌리려고 상자에 담아 도서실 구석에 챙겨두었다.월요일에 과자 상자를 찾으러 가니 없었다. 여기저기 물어봐도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너무 너무 아쉽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교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방과후에 색채 테라피 활동을 한 아이들 몇 명이 지나가면서 과자와 사탕을 보여주었다. 소현이가 말했다.
”맛있겠죠? 이거 테라피 선생님이 주신 거예요.”
”맛있겠네. 난 화가 난다. 과자 상자를 통째로 잃어버려서 너무 화가 난다.”
아이들이 “야 선생님 화났대.” 이러면서 저희들끼리 갔다.
잠시 후에 대충 일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아까 그애들이 다시 왔다. 성희가
”선생님 이거 드세요.”
하면서 내미는데 보니까 사탕이랑 작은 과자 몇 개였다. 평소라면 이럴 때 정해진 멘트가 “나는 받지 않습니다.”이다. 왜 안 받냐는 불평에는 “그건 뇌물입니다.”로 받아친다.
그런데 이번만은 아이들 마음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냥 받았다. 과자를 잃어버려서 속상하고 화가난 선생님을 달래주려는 아이들의 기특한 마음을 어찌 뇌물이라 하겠나.
그 중에 한 명은 수업 시간에 늦게 들어와서 한 시간 동안 잔소리 듣고 벌을 선 아이고, 또 한 명은 쓰레기를 복도에 버려서 한 시간 동안 잔소리 듣고 혼 난 아이였다. 악의를 호의로 갚는 아이들에게 나는 또 한 번 감동을 받았고 흐뭇한 기분으로 퇴근하였다. 과자 잃어버린 속상함도 어느 샌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