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피곤해서 출근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매일 아침 자습시작 종소리와 함께 아슬아슬하게 교문을 들어선다. 2번 버스는 오는 시각이 정해져 있어서 5분 정도 일찍 나가더라도 버스 배차 시간을 못 맞추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지각하지 않는 2번 버스는 8시 18분에 온다.
오늘은 조금 일찍 집을 나와서 ‘잘 하면 여유있는 앞차를 타겠군’하면서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옆에서 갑자기 설희가 나타나서 막 뛰는 것이었다. 잠시 갈등하다가 ‘설희가 뛰는 걸 보니 앞차 시간이 빠듯한가보군’하면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냥 걷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파트 담장 너머로 2번 버스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역시 설희는 성실하군. 나는 얼마나 게으른 선생인가.’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정류장에 도착해 보니 설희가 앉아 있었다.
”버스 못 탔나?”
”네.”
나는 허무하기도 하고 안 됐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래 어차피 뛰어도 안 될 거였어. ㅋㅋㅋ 다행이다.’
그렇게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여지없이 시간은 흘러가고 버스는 오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명주가 나타났다. 전에 나랑 더치페이로 택시를 탔던 그 명주다.
”선생님, 같이 택시 타고 가실래요?”
”응?”
”지솔이가 하연이랑 택시 잡아서 오는 중이래요.”
그때 명주랑 같이 탔던 그 지솔이다. 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재빨리 말했다.
”오늘만은 내가 택시비 내 줄게.”
”필요없어요.”
”또 더치페이하게?”
”네.”
나는 왠지 모르게 분한 기분이 들었지만 태연하게 말했다.
”그럼 하연이까지 네 명이니까 700원씩 내면 되겠네.”
”아니요. 가위바위보해서 몰아주기할 거예요. 진 사람 세 명이 더치페이하는 거예요.”
아, 나는 정말 이 아이들을 당해낼 수가 없다. 아침에 급해서 택시를 잡아 타는 와중에도 그런 놀이를 하면서 오는구나. 모든 것을 놀이로 승화시키는 이 천진난만함.
결국 네 명이서 택시를 타고 오면서 가위바위보를 했다. 하연이가 보를 내고 나, 명주, 지솔이가 주먹을 냈다. 우리는 1,000원씩 모았다. 택시비는 언제나처럼 2,800원이 나왔다. 내가 대표로 계산하고 200원을 거슬러 받았다. 나는 갑자기 조급해졌다. 아이들이 교문을 통과하기 위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넥타이를 내는 틈을 타서 재빨리 명주와 지솔이에게 100원씩 주면서 말했다.
”야 돈 남았으니까 가져.”
나는 왠지 모르게 이긴 기분이 들었다. 혼자서 의기양양해서 “먼저 간다.”하고는 교문을 들어섰다. 도대체 뭘 이겼다는 건지. 나도 참 철이 없다 싶어서 갑자기 민망해진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