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서로의 공간이 합쳐지는 가장 달콤한 전쟁
부동산 자산관리 업을 하며 가장 많이 만나는 손님은 단연 신혼부부다.
내집마련을 하기 위해, 예쁜 신혼집을 얻기 위해 많이들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다.
근데, 그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들어오지만, 집을 보고 나갈 때쯤엔 미묘하게 거리가 벌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핑크빛 로맨스는 집이라는 현실의 공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어느덧 치열한 공간 분쟁으로 바뀐다.
마치, 30년 가까이 서로 다른 중력 속에서 살아온 두 개의 행성이, 18평 남짓한 좁은 궤도 안에서 충돌하는 것이다. 남자는 거실에 소파를 놓고 싶어 하지만 여자는 6인용 식탁을 원한다. 남자는 피규어 장식장을 사수하려 하고, 여자는 그 자리에 건조기를 놓아야 한다고 맞선다.
그것은 단순한 가구 배치가 아니다. 내 우주의 법칙을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가를 건 자존심 싸움이다.
최근 계약을 진행했던 한 부부가 기억난다. 이삿짐이 산더미처럼 쌓인 거실 한복판, 갈 곳 잃은 박스들 사이에서 두 사람은 말을 잃은 듯 서 있었다.
나는 그 막막한 등을 보며 속으로 넌지시 말을 건넸다.
"두 분, 조금씩은 덜어내셔야 해요. 꽉 찬 잔에는 새로운 물이 담길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 결혼은 낭만으로 시작하지만, 생활은 결국 침범을 견디는 일이었다. 나의 견고했던 세계의 벽을 기꺼이 허물어, 낯선 타인이 발 디딜 틈을 내어주는 것. 내 취향, 내 습관이 차지하던 영토를 기꺼이 내어주는 그 불편한 과정 끝에야 비로소 우리라는 새로운 이름이 깃드는 게 아닐까.
몇 달 뒤, 집들이 초대를 받아 다시 찾은 그 집의 공기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남편의 투박한 검은 가죽 소파 위에는 아내의 포근한 담요가 무심하게 걸쳐져 있었고, 아내가 아끼는 원목 식탁 한구석엔 남편의 피규어 하나가 엉뚱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물건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풍경. 완벽하게 세련된 쇼룸 같은 신혼집은 아니었지만, 내 눈엔 그 어떤 모델하우스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충돌하고 깨지면서 기어코 만들어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3의 우주가 그곳에서 숨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