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평 방 안에서 펼쳐지는 '멀티버스'

침대와 책상 사이, 그 좁은 틈에서 벌어지는 전쟁

by 집우주

얼마 전, 오피스텔을 구하러 온 한 사회초년생의 이삿짐 목록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옷가지나 냄비 같은 살림살이는 단촐한데, 웬 전문가용 조명이며 방송용 마이크, 배경지 같은 낯선 장비들이 리스트의 절반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는 낮에는 넥타이를 매는 평범한 직장인, 밤에는 마이크를 잡는 유튜버, 새벽에는 택배를 싸는 스마트스토어 사장님이었다.


기성세대에게 6평 원룸은 그저 잠만 자는 방일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의 6평은 달랐다. 그곳은 영화 속 멀티버스, 다중우주처럼, 시시각각 공간의 법칙이 바뀌는 기묘하고도 놀라운 우주였다.


아침 7시.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 그 좁은 방은 1분 1초를 다투는 치열한 파우더룸이 된다. 하지만 퇴근 후 돌아온 저녁 7시, 방의 공기는 전혀 다른 온도로 바뀐다. 조명이 켜지는 순간, 칙칙했던 자취방은 온데간데없고 나를 세상에 송출하는 화려한 방송 스튜디오가 들어선다. 그리고 스트리밍을 시작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밤 11시, 카메라가 꺼지고 조명이 사그라들면 이번엔 거친 박스 테이프 뜯는 소리가 적막을 깬다. 그 순간만큼은 그 좁은 방이 그 어떤 곳보다 치열한 물류 창고가 되어버린다.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들은 짐 더미 속에 파묻힌 침대로 쓰러지듯 눕는다. 그제야 그곳은 고요한 '침실'로 돌아온다.


물리적인 공간은 고작 6평. 하지만 그들은 시간을 쪼개고 공간을 접어가며, 그 좁은 사각형 안에서 3~4개의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내고 있었다. 침대와 책상 사이, 그 좁은 한 뼘의 틈이 그들에게는 세상으로 나가는 가장 넓은 활주로인 셈이다.


집을 보러 다니며 만나는 어르신들은 혀를 차곤 한다.

"아니, 젊은 사람이 집에서는 좀 쉬지... 집구석을 이렇게 어지럽혀서야 원."


하지만 나는 그 어수선한 풍경이 왠지 모르게 뭉클하다.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찬 그 잡동사니들은 게으름의 흔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뚫고 나가려는, 눈물겹도록 치열한 투쟁의 증거들이었다.


누구보다 좁은 방에 웅크리고 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광활한 꿈을 꾸는 사람들. 그들의 6평짜리 멀티버스에서는 오늘 밤도 수많은 꿈들이 서로 충돌하고 폭발하며, 기어코 새로운 별 하나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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