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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집 Oct 29. 2020

어째서 외국인이 서울 아파트 갖기가 자국민보다 쉬울까

경기도 23개 시군 ‘외국인, 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지난 9월 경기도는 막대한 자금력의 외국인과 법인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토지 거래구역 지정에 대해 예고한 바 있다. 이후 10월 23일 경기도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이에 대한 논의를 지정하였고, 10월 31일부터 2021년 4월까지 6개월간 경기도 내 23개 시군 전역(5천249.11㎢)을 외국인·법인 대상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규제는 앞으로 6개월간 외국인과 법인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주택이 포함된 토지를 취득할 경우, 관할 시장·군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의 지도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위치도를 살펴볼 수 있는데, 투기 우려가 적은 8개 시군은 지정지역에서 제외했다. 위반 시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계약 체결 당시 개별공시지가의 3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경기도는 이런 규제를 하게 되었을까?

경기도는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 목적이 실거주가 아닌 투자 혹은 투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 관련 쟁점과 과제’에 따르면 2019년 12월 말 기준,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토지 소유 면적은 248.7㎢으로 전체 국토의 0.2%로 매우 적은 비율임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과 구매 지역을 같이 고려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체 외국인 보유 부동산이 공시지가 기준 약 30조 8000억 원을 넘어섰는데 이 중에서 서울에 대한 투자가 11조 4175억 원으로 투자 집중도가 가장 높았고, 경기도도 5조 원에 달했다. 외국인이 보유하는 부동산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증가하고 그 외국인들이 거주하기 위해 구매한 주택이라면 문제 될 것은 없다. 국세청이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외국인이 구입한 아파트 2만 3167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2.7%(7569채)에는 해당 아파트를 구입한 외국인이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 목적이 실거주가 목적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수도권에 몰린 거래량과 실거주 비율을 보았을 때 투자 혹은 투기 목적으로 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더해 외국인 토지 거래 건수는 2014년부터 꾸준히 증가해왔고, 2020년 8월 말까지 지난해에 비해 월평균 거래 건수가 증가한 1만 7365건을 기록했다. 이처럼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의 보완에 신경 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외국인들은 왜 ‘한국’ 부동산을 투자처로 여기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의 부동산 규제가 외국인들에게 상대적인 혜택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우선 내국인과 외국인의 규제나 거래 절차는 동일하다. 외국인들도 신고만으로 부동산 취득이 가능하다. 대출을 받을 때도 똑같은 규제가 적용되며 6·17 대책, 7·10 대책에서 나온 모든 내용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자국 금융기관에서 손쉽게 대출을 받거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외국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한국의 금리도 낮지만 미국 등의 금리는 더욱 낮은 상황이고 한국 부동산 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해왔으니 외국인들에게 한국 부동산은 아주 좋은 투자처인 것이다. 

즉, 내국인들에 비해 자금 조달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가지는 상대적인 혜택은 자금 조달 측면이 전부가 아니다. 부동산 대출 규제로 인해, 내국인 실수요자들조차 강력한 대출 규제와 세밀한 자금조달계획서 조사로 매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자금조달계획서 대상이 확대되는 등 계속해서 규제는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경우 LTV 규제와 관련해서, 비거주 외국인은 외국에 집이 여러 채 있더라도 국내에 1채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다주택자 규제를 받지 않는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의 규제도 마찬가지다. 또한, 주택자금조달 계획서의 기입과 관련해 외국인들은 까다로운 검증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다. 해외 대출의 경우 ‘자기 자금 조달’과 같아서 제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부동산 대출 규제로 내국인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과 맞물려 역차별이 발생하고 외국인이 상대적인 혜택을 받고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규제로 국내 다주택자와 법인이 매물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몰리자 강남권의 수익률 좋은 부동산 매물을 찾는 외국인이 많다고 한 중개법인 대표가 말하기도 했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내국인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 외국인들이 해외 자금을 끌어와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또는 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에 한국보다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나라들은 많다. 싱가포르, 홍콩, 캐나다는 외국인 주택 구입 시 15~30%의 추가 취득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호주의 경우 주택 구입 시 사전 승인이 필요하며, 뉴질랜드와 호주는 신규 혹은 기존 주택 구입을 제한하는 규제를 하고 있다. 이처럼 각 국가들은 자국의 부동산 상황에 따라 외국인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외국인의 주택 구매를 주택 가격 상승의 한 요인으로 지적하며 ‘최근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 외국인 및 법인의 투기목적 부동산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를 실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외국인 구매가 가장 높은 서울에는 규제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래 신고법의 상호주의에 따라 일률적인 허가제나 대출 규제는 실질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많은 해외 국가들이 자국의 상황에 맞춰 부동산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도 한국만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펼쳐지고 있고 이 속에서 내국인에게 역차별이 되고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별도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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