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에 철도가 놓이는 것은 단순히 교통에 더해 기타 생활 인프라부터 집값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해서 한 노선이 놓이거나 연장이 될 때 관련 지역들은 철도가 놓일 경유지를 두고 많은 갈등을 겪는다.
오늘은 10년 넘게 사업이 지연되고 논쟁이 끊이지 않는 3호선 연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최근 경기 파주시가 운정신도시 광역교통망 확충을 위해 추진하는 지하철 3호선 파주 연장 사업을 민자 사업으로 현대건설과 함께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현대건설은 국토교통부에 3호선 파주 연장사업 민간제안서를 제출했는데, 현대건설이 제안한 사업안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없다. 현재 현대건설의 제안서는 민간제안서 검토 절차가 끝나 다음 단계인 민자적격성 조사 절차를 밟고 있는데, 6~12개월가량 소요되는 민자적격성 검사를 통과하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국회 동의를 거친 후 실제 건설될 노선이 확정된다.
이로 인해 3호선 연장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한동안 잠잠했던 노선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노선 갈등은 한 지역 내에서만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데, 오늘 3호선 연장과 관련한 갈등을 모두 살펴보자. 현재 3호선은 고양시 일산의 대화역이 종점인데 이를 파주 운정신도시까지 연장하는 사업을 계획 중에 있다.
이 3호선 연장과 관련된 갈등은 다음과 같다.
1. 고양시 vs 파주시
2. 고양시 내 가좌지구 vs 덕이지구
3. 운정신도시 내 운정 1,2지구 vs 운정 3지구&교하지구
순서대로 살펴보자.
먼저 고양시와 파주시의 갈등이다.
국토교통부는 2016년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확정하면서 3호선을 파주 운정까지 7.6㎞ 연장하기로 했는데, 이는 8400억원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3호선 대화역에서 파주 운정까지 바로 연결하여 최단거리로 연장해야 한다는 파주시 의견과 파주 진입 전에 교통에서 소외되고 있는 가좌지구 또는 덕이지구를 경유해야 한다는 고양시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파주시는 가좌지구까지 경유할 경우 공사비가 2배 가까이 더 증가하는데 수요는 이를 충족하지 못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고양시는 “가좌지구를 제외할 경우 5만명의 주민 반발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두 지자체는 올해 들어 두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아직 타협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고양시 내에서 가좌지구와 덕이지구의 갈등인데, 3호선이 고양시를 거쳐 지나간다고 해도 사실상 가좌지구와 덕이지구 모두를 거쳐갈 수는 없다. 사업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해서 3호선이 고양시를 거쳐갈 때 어느 곳을 거쳐갈 것인가에 대해 가좌지구와 덕이지구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운정 1,2지구를 지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노선에 따르면 덕이지구를 지나는 노선이 가장 유력한데 대중교통 여건 개선을 위해 가좌지구 주민들이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철도 관련한 교통편을 비교해보면 가좌지구는 고양시 택지 지구 중 철도 교통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 가좌지구의 주민들은 마을 버스를 타고 대화역으로 가 3호선으로 환승을 하거나 시외 버스로 환승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집으로 돌아올 때도 버스들이 대화역에서 대부분 종착을 하거나 파주 방향으로 가기에 환승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가좌지구 대중교통 여건 개선을 위해 3호선 연장이 가좌지구를 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덕이지구는 1km내에 경의중앙선 탄현역이 위치해 있다. 덕이지구 또한 더 나은 대중교통 여건을 위해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데, 탄현역~옥수역이 56분, 대화역~옥수역이 60분으로 사실상 3호선 이용과 기존 덕이지구의 경의중앙선 이용에 큰 시간 차이가 없어 반발을 듣고 있기도 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운정신도시 내 운정 1, 2지구와 운정 3지구&교하지구의 갈등이다.
운정 1, 2지구를 거쳐 금릉역으로 연결되는 노선으로 추진될 경우 운정 3지구와 교하지역은 3호선 연장 수혜에서 멀어지게 된다. 운정 1, 2지구는 운정3구지구와 교하지구에 GTX-A노선이 들어올 예정인데 3호선마저도 같은 곳으로 향한다면 중복 노선으로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제 3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따라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을 운정 1, 2지구가 가지고 있기에 교통난 해소라는 궁극적인 목표 달성에 더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운정 3지구는 운정 1, 2지구를 지나는 노선은 사실상 경의중앙선과 평행하게 달리는 노선이기에 경의선 이용객을 반으로 나누는 것과 다름없어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신도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자리를 갖춘 도시로 성장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파주 메디컬클러스터나 파주 테크노밸리 등 대형 기업 개발이 예상되는 교하지구 쪽으로 연장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노선을 두고 다양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데, 이런 노선 갈등과 별개로 현대건설의 민자적격성 조사가 통과된다면 현대건설이 제시한 노선안을 변경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용편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분담금이 없는 지자체의 영향력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운정 1, 2지구의 교통분담금은 1,625만원으로 총액 2조 296억이다. 2기 신도시 최고 수준의 교통분담금인데 3호선 연장이 계속 무산되며 교통분담금 환불 청원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아직 노선이 결정되는 단계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현대건설의 제안도 여러 사업자 중 하나의 의견일 뿐이며 노선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노선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한 지역만의 이점이 아닌 철도 사업 자체의 궁극적인 목표에 기반하여 결정을 하게 될텐데 이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자.
첫째로 철도를 건설하는 이유는 자가용 이용으로 인한 교통 혼잡을 해소하고 환경 개선 효과를 누리기 위함이다. 과거 위례과천선 토론회에서도 지역 간 갈등에 대해 도로 혼잡 문제 해결에 최우선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즉, 교통 혼잡 해소에 최적화된 노선으로 결정될 것이다.
둘째로 사업비 분담인데, 정부 재정과 민간 자본이 활용되지만 대규모 신도시의 경우에는 분양시 교통분담금을 부담하고 있다. 실제로 위례신사선의 성남, 광주 연장에서도 교통분담금을 납부한 위례주민들이 위례 신사선을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큰 골자 중 하나였다. 따라서 교통분담금을 납부한 입주민들의 광역교통 처리를 위한 사업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운영 비용이다. 철도는 건설 뿐 아니라 운영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 전철의 경우 운영 시간이나 노선 변경이 버스에 비해 탄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사업 시작부터 경제성을 따지는 것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는 것인데, 적자로 운영한다는 것은 결국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운영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노선으로 결정될 것이다.
지역의 이익과 교통, 인프라 관련 갈등에 있어서는 모두가 만족할만한 합의를 도출하기가 참 어려운데, 빠른 시일 내에 주민들의 철도건설 관련 갈등을 해소하고 수도권 주민들이 출퇴근 교통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