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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집 Dec 15. 2020

교실 없는 신도시...계속되는 신도시 인프라 갈등


이전에 많은 글들에서 신도시에 대해서 다루어왔는데, 신도시는 계획적으로 새롭게 형성한 도시로 쾌적한 환경이 장점 중 하나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형성된 원도심에 비해 생활인프라는 풍부하지 않은데, 입주하는 인원에 비해 교통이나 학군, 생활 시설 등이 부족해 불편을 야기하기도 한다. 대중교통의 부족으로 도시 내 이동이나 출퇴근길에 불편을 겪는 일은 종종 볼 수 있다. 오늘은 신도시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학교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사람들이 집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교육환경 및 학군인데, 신도시에 아파트 단지가 새로 들어설 때마다 학교를 놓고 갈등이 생기고는 한다. 학생 수에 비해 학교가 부족하기 때문. 집 앞의 학교가 아닌 먼 곳으로 가거나 중간에 전학을 가야하는 상황도 있다. 이러다 보니 원래 살던 주민들과 새로운 입주민들, 또 교육청 등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경기도의 신도시로 이주한 젊은 부부는 교육 인프라 부족 문제로 고민이 많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맞춰 이사 계획을 세웠는데 학교 개교 일정이 6개월이나 미뤄진 2023년 9월에나 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은 것. 이 부부는 자녀를 먼 학교에 보내다가 중간에 전학을 보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게다가 시에서 계획당시 교육부지였던 곳을 공동주택 부지로 용도변경하고 공공임대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기도 시흥시 택지지구인 장현지구의 이야기이다.

장현지구는 1만 8800여가구가 들어서는 신도시로 3~4년 전 분양 당시 중학교 4개와 고등학교 2개가 계획되어 있었는데 분양자들은 물론 이를 보고 계약했다. 하지만 돌연 2017년 시흥교육지원청은 중학교 1개와 고등학교 1개의 설립을 취소했다. 인프라 공급대비 수요가 적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장현지구는 2023년까지 3000여가구가 추가 입주할 예정이기에 주민들은 학생수 증가에 대비하여 설립 취소와 부지 용도 변경에 대해 항의했는데 시흥시는 당장 학교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후 재검토하면 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장현지구의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앞서 시흥 배곧신도시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교육 특구를 내세우던 배곧신도시는 학교 부족과 과밀학급, 먼 통학거리의 문제가 발생했지만 학교를 지을 땅이 없어 급히 기존 학교를 증축하는 임시방편을 선택했었다. 증축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에 장현지구 주민들은 “지금 당장 학교를 지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수요 예측이 가능한 2022년 12월 31일까지 유휴부지로 보류해달라는 요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실 이는 시흥시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문제이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와 송도국제도시’

인천시는 신도시 과밀 학급 문제를 다른 도시보다 심각하게 겪어오고 있는데 왼쪽 사진은 2018년에 송도와 청라, 검단신도시에서 승인 요구한 학교 설립 계획이다. 

12개 학교이다. 당시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심사 대상 4개 초등학교의 신설 계획이 모두 통과해도 학급당 34명으로 과밀학급이었다.

여전히 송도국제도시의 학교 배정 갈등은 이어지고 있는데, 기존 학교가 수용이 불가능해 도보 2-30여분 거리의 초등학교로 배정받는 상황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며 통학구역 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는데, 인천동부교육지원청은 애초 분양 공고에도 이 같은 사실이 명시됐고 이미 가까운 초교의 경우 학급당 인원이 26명가량으로 과밀에 가깝다며 통학구역 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청라국제도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6학급으로 개교한 초교를 1차례 증축으로 49학급으로 늘렸음에도 여전히 학생들을 수용하지 못해 근거리 초교로 배정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청라국제도시의 한 초등학교는 교실 수가 부족해 특별활동실 등을 교실로 사용하고, 급식도 4교대로 이뤄진다고 하니 학교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


‘이동형 학교 모둘러’로 해결?’

 부산 명지국제신도시

고창고 이동형 학교 모듈러 전경. 뒷쪽에 보이는 건물은 기존 본관.

전북 고창고등학교에서 최초로 사용된 적 있는 ‘이동형 학교 모듈러’가 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의 명지국제신도시에서도 명원초등학교 운동장에 ‘이동형 학교 모듈러’ 12동을 지어 교실 부족 문제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동형 학교 모듈러는 기초공사 과정 없이 ‘철골 필로티’<사진>를 제작ㆍ설치해 17일만에 현장 설치를 마쳤다.

실제로 공장에서 미리 자재들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현장에 설치하는 건 단 1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동형이란 이름처럼 다른 학교 부지로 옮겨 열흘만에 재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도시 개발, 학령인구 감소 등에 대응해 해체, 이동, 재설치가 쉽기 때문에 다양한 재조합을 통해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하지만 명지국제신도시 학부모들은 이 시설 또한 가건물에 불과하고 운동장이 좁아지는 문제 등이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며 학교 부족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대책위를 꾸려 교육부와 교육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실 부산시 교육청은 이미 두 차례 명지5초등학교 신설을 교육부에 신청했지만 모두 반려되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결국 자체 재원으로 설립을 결정했다.

교육 환경은 주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하지만 시설 부담을 최소화하기 원하는 지자체와 쾌적한 교육 인프라를 원하는 거주민들의 입장차를 맞춰가는 것은 쉽지 않다.





사실 입주민들을 더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시의 해명이기도 하다. 시흥시는 학교 부족 문제가 현실화된 시점에 공급해도 늦지 않다는 식의 발언을 해서 비판을 받고 있다. 배곧신도시에서 이미 큰 문제를 겪었으면서 또 반복하는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김포 한강신도시의 경우 학생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며 도보 40분거리의 등교를 하는 학생들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공분을 사고 있다.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렇듯 전국적으로 비슷한 민원이 반복되는 가운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은 개발 사업자가 교육청과 학생 수용 계획을 미리 협의해야 하지만 그 이하인 299가구는 관련 절차가 따로 없는 등 법의 사각지대가 있는 만큼 공동주택 인허가 단계 이전부터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학생이 얼마나 유입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가 OECD 평균에 조금 못 미친다고 말하고는 하는데, 학급당 학생 수를 계산하는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계산 방식은 수업을 하지 않는 영양 교사, 사서 교사 등을 모두 포함하여 n분의 1로 계산하고 있기 때문에 평균 학생 수가 적게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감 때 조사했더니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 가까운 학급도 적지 않았다고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학생 수에 더욱 민감해진 상황이다 보니 이러한 통계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원도심에서는 학령인구가 줄어든다는데 한쪽에선 콩나물 시루 교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신도시의 교육 인프라 관련 문제는 계속해서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예산 투자와 집중적인 관리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고 방법을 강구하는 등 강도 높은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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