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두나 Jan 26. 2022

회사에서 승진을 했다

나는 같은 사람인데 왜 이리 회사마다 평가가 다른가요

"이두나 님, 올해는 현재 직급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승진을 해서 OO가 되었고 연봉은 XX프로 상승했습니다."


연말 평가 피드백을 받으면서 본부장에게 승진 소식을 전해 들었다.


14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첫 승진이었다. 승진을 했으니 연봉 상승은 평소의 3배 가까운 상승률에 승진 축하 선물도 받았다. 이런 게 사내 승진의 기쁨이로구나.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사내 승진을 한 적이 없다. 항상 이직을 하면서 직급을 올렸었다.


사원 3년을 보내고 이직한 회사에서 입사와 동시에 대리가 되었고, 그 회사에서는 승진 누락, 임신, 육아휴직으로 인해서 몇 차례 승진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면서 과장이 되었다.


지금의 회사는 IT 업종의 회사라서 요즘의 대세(?)에 맞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처럼 공개되는 직위는 없으나 HR에서 관리하는 직급 레벨이 존재하고 이번 승진은 입사 2년 반 만에 얻은 직급 레벨 상승이다. 승진을 위한 포인트를 모두 모았고 평가 등급도 평균 이상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쉽게(?) 얻어진 승진에 기쁘면서도 어안이 벙벙해졌다.


승진이 뭐라고... 이게 뭐라고 예전에 그렇게 승진 누락에 힘들어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승진 누락의 고배를 마셨던 회사에서의 경험이 생각났다. 임신을 한 상태라서 승진이 어려울 거라고, 팀장에게 신뢰를 못 받고 있으니 승진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출산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의 승진 누락은 육아휴직 등으로 인해 앞으로 최소 2년은 승진이 어려울 거라는 낙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승진 누락의 사실을 알고 나서 3일을 내리 휴가를 내고 울면서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던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의 회사는 참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다. 승진을 앞두고 좋은 평가등급을 줘서 그런지 몰라도 최고 평가점수를 받았고 내가 담당한 조직의 리더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듣고 있다. 의사소통하는 중간 리더들과의 관계도 좋아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으며 워라밸 등의 환경도 만족스럽고 보상도  정도면 나쁘지 않다.


그런데 출산  다녔던 회사에서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리더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며 본인이 담당한  외에 주변 사람들을 돌보지 못한다는 평을 받았다. 앞으로 기대되는 사람이 아니니 승진도 누락됐었고 이후 복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좋은 평을 받기는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은 한 명인데 왜 이렇게 소속된 곳에 따라서 나에 대한 평이 달랐을까?


물론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겪으면서 나의 태도가 좀 더 유연해진 영향도 있긴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어떤 한 개인을 판단하는 조직의 기준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전 직장에서는 당시 HR 조직장이 대놓고 '순혈주의'를 외칠 만큼 공채 출신 중심의 라인이 있었고 개인의 능력이나 업무 추진력 자체보다는 사내에서 어떤 평판을 유지하는지가 큰 영향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평판이라는 것은 경력직 입사에 다소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나에게는 아주 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직장은 대부분이 경력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입사 절차에 따른 라인은 전혀 없고 다소 개인주의적인 성향도 각 개인의 특성으로 충분히 받아들여지는 곳이다.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등도 자유로워서 워라밸을 챙긴다고 비난받지 않고 자신이 맡은 일만 잘 처리하면 얼마든지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다.


개인의 역량이나 적극성은 그 사람이 처해져 있는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이전 직장에서 수동적이라는 평을 받았던 반면, 지금의 회사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본부 내 롤 모델로 삼을만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전 직장에서 자기밖에 모른다는 평을 받았던 반면, 지금의 회사에서는 협업이 원활하고 현업을 충분히 도와주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이전 직장에서는 개인주의적이고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쌓으려 하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던 반면, 지금의 회사에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인간관계에 통달한 것 같다는 평을 받는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사람이 달리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긍정적인 평을 받으면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고 부정적인 평을 받으면 그 단점에 매몰되어 그 사람의 강점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승진이란 결국 그 사람이 얼마나 일을 잘하고 역량을 갖고 있는지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소속되어 있는 조직과 얼마나 Fit이 맞는지가 더욱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나의 이직은 결국 나에게 Fit이 맞는 조직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던 듯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