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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분 동안

이불

2021.1.26.23:19~29

by 지숲

저쪽 방에 막 두툼한 솜이불을 깔고 와서 책상 위에 앉았다. 어서 글 다 쓰고 저 이불 속으로 들어갈거다. 깔고 잘 요도 두툼하고 덮을 이불도 두툼하다. 나는 묵직한 솜이불이 목부터 발끝까지 잘 덮어줘야 잘 잔다. 얇은 담요 같은 이불은 물론이고 보온성 좋은 극세사 이불, 오리털 이불도 싫다. 두툼한 목화솜 이불이라야 한다.

부모님 집 나오면서 커다란 이불과 요를 하나씩 들고 나왔다. 내가 깔고 덮던 이불이지만 그렇다고 내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평생 그렇게 내 것 네 것 구분 없이 살아왔다.) 그 이불을 솜틀집에 보내 작은 요 둘과 여름용 이불 겨울용 이불 둘을 만들었다. 요를 둘 만든 건 손님들 빌려주려는 이유였고, 과연 많은 손님들이 이 요에 고단만 몸을 누이고 단잠을 잤다. 이불은 계절을 따라 두께에 차등을 뒀지만 아주 더울 때 몇 주를 제외하고는 두꺼운 겨울 이불을 덮는다. 어떤 추운 계절엔 이불 두 개를 포개 덮기도 한다. 손님이 오면 한겨울에도 얇은 이불만 내주는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그 어떤 손님도 그 여름 이불을 덮고 추웠다 말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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