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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숲 Feb 05. 2021

2021.2.5.22:36

틈이 없는 사람은 상대하고 싶지 않다. 틈이 없는 사람이란 게 있지도 않고. 근데 막 틈이 없는 척 하고 그러면 일단 거짓말이니까 짜증나고 하여간 싫다. 이렇게 막말을 할 수 있는 건 그게 나였기 때문이다. 삼남매 막내로 자라 동생이란 존재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 지 알지 못할 때 효영이를 만났다. 언니 노릇이란 뭘까. 고민이 깊었고, 의젓하게 굴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러던 어느날 몹시 힘들었던 어떤 날 효영이를 만나 나도 모르게 하소연을 털어놨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찌질한 이야기들을 줄줄이 늘어놓고 일어서며 말했다. 효영아, 미안해. 내가 이모양 이꼴이라서... 그런데 효영이가 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친밀감으로 내 손을 꼬옥 잡았다. 언니! 그렇지 않아요! 오늘 드디어 언니랑 가까워진 거 같아요. 얘기 나눠줘서 고마워요! 허술함, 모자란 나와 다르지 않은 거, 누군가가 드러내는 그의 빈틈에서 우리는 인간성이라는 걸 느낀다. 그렇다고 틈이 있는데 틈이 너무 넓으면 또 그래선 안 된다. 그게 넓으면 틈이 아닌 거다. 틈이 아니라 구멍, 아니 함정이다. 틈은 적당히 요만큼만 있어야. ... 맞다. 빨리 씻고 싶다. 씻고나서 당장, 자고 싶다. 아몰라,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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