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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MA Feb 15. 2023

스며들어 배어든 취향

[스며듦, 배어듦]

스며든다속으로 배어든다는 뜻을, 배어든다느낌, 생각, 기운 따위가 깊이 스며든다는 뜻을 가졌다. 


어떤 기억이나 감정은 스며들다가도 배어들고, 배어들다가 스며드는 과정을 거쳐 나의 한 부분으로 남는다. 요즘 들어 나의 취향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이 꽤 주어졌다. 취준이란 나는 뭘 잘할까, 뭘 해야 할까, 뭘 좋아하는가, 항시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일종의 자아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더라고. 


나는 예술이 좋다. 지금 상황이 어떻든 현실을 잠깐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사랑스럽다. 그 과정이 조금 힘들지라도 말이다. 이를테면, 공연 하나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떠나고 기다리고 혹시라도 중간에 화장실 가고 싶을까 봐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있는 나를 보면 현타가 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입장을 하고 뿌연 무대를 보기만 하면 심장이 뛰면서 그저 기대, 설렘만 남는 덕후 한 명이다. 같은 작품을 보고 각자의 느낌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나 삶에 남는 형태도 달라진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몸짓 하나, 한 음, 한 장, 한 편의 예술이 세상을 뒤흔들고 바꿀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아직도 나열하지 못한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래도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냥, 그냥 예술이 좋아요."


제대로 스며든 어떤 것을 부정하기란 쉽지 않다. 얼룩처럼 배어 기어코 흔적을 남긴다. 지우기는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옅어질 뿐이다. 까맣게 잊고 살다가도 문득, 아 여기 남아 있었지! 하고 다시 살아난다. 예술을 사랑하는 일은 꼭 평탄하지만은 않다. 금전적인 문제도 더불어서 말이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티켓값만 모아도 뭘 샀겠다- 하며 와하하 웃어버리지만 나는 안다. 그때 그 공연을 보지 않았다면 더 큰 후회를 했을 나를.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 다면 답은 단순하다. 그냥, 그냥 어쩌다 보니 천천히 스며들었다고. 그래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비록 내가 현실 때문에 잊은 것 같아도 언제든 다시 사랑에 빠져들 준비가 되어있다고. 


내 취향은 경험과 기억, 감정이 스며들어 배어든 흔적이다. 인생은 수많은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연스러운 감정이나 생각까지 선택의 결과라며 부정하거나 괴로워하고 싶지는 않다. 안 그래도 고군분투하며 사는 삶에 자연스러운 취향까지 괴로워하며 사는 건 꽤 슬픈 일이니까. 그저 좋아하고 즐기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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