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총에 맞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슬펐던 기억이 있었는데, 다음 장면에 보면 멀쩡하게 살아서 벌떡 일어나는 장면을 종종 보고는 한다. 뭐 영화나 드라마이니까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현실 속에서 과연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아주 예전에는 전쟁에서 활이나 적의 창에 찔려서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갑옷을 입고 나가곤 했다. 갑옷은 가죽으로 만든 옷이고 다른 중세 유럽의 전투 장면에서는 철로 된 그물로 만든 옷을 입고 전투에 나가는 장면도 있었다. 바로 이런 갑옷이나 철로 만들어진 그물 옷이 우리가 창 또는 활 아니면 칼 등 무기에 다치거나 죽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소재나 모양은 다르지만 우리나라가 한참 민주화 운동으로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던 때 자주 등장하던 보호장비가 있었다. 그 시절 경찰이나 시위 진압을 하던 진압대원은 방호복을 입었는데 바로 그 방호복은 난연 소재로 겉감이 되어있고 방호복 안쪽에는 나무 소재로 그 모양을 유지하여 신체가 부러지거나 크게 다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경찰이나 경호의 목적으로 방검이나 방탄조끼를 착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 방탄조끼의 소재가 바로 나일론이다. 나일론은 참 쓰임새가 많은 소재이다. 로프나 낙하산 그리고 가방이나 텐트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고 있다.
나일론은 인류 최초의 합성섬유로 알려져 있다. 1935년 듀폰의 화학자 캐로더스가 인공 중합으로 개발한 합성섬유이다. 나일론은 글로벌 화학기업 듀폰의 상품명이고 소재의 이름은 ‘폴리아 라미드’이다.
나일론은 폴리에스터보다 가볍고 질기며 굵기도 가늘기 때문에 주로 경량 소재에 많이 사용된다. 터치감은 폴리보다 부드러워서 언더웨어나 라운지웨어에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쓰임새보다 우리가 나일론 하면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바로 여성들이 자주 애용하는 스타킹이다. 스타킹과 나일론은 동일시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스타팅은 나일론 소재의 대표적인 생산 제품이다. 물론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의류 제품뿐만이 아니라 나일론은 산업용 소재로 아주 많이 쓰이는데 대표적으로 로프 등을 만들고 있다. 사실 나일론의 사용 비중을 보면 우리가 입는 의류의 소재보다 산업용으로 쓰이는 비중이 더 높다고 한다.
그런데 나일론에 대해서 조금 깊게 알아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나일론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바로 나일론 66과 나일론 6이 그것이다. 나일론 66은 듀폰이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고 나일론 6은 대부분의 우리가 사용하는 나일론 제품의 원료이다. 두 가지 나일론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녹는점과 구조적인 결합 차이이다. 나일론 66은 두 가지의 화합물이 연결된 고분자이고 나일론 6은 한 가지 분자가 계속된 고분자라는 사실이다. 나일론 66은 나일론 6에 비해 조금 더 신축성이 좋아 스타킹의 소재로 많이 쓰이고 있다. 나일론의 굵기로 인해 20D, 40D 등 다양한 두께와 모양으로 스타킹을 제고하고 있다.
다들 이때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지금 나일론 66과 나일론 6을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 뭐 그냥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 지식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인문학이 우리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이 별로 쓸모없을 것 같은 이런 과학 지식이 일상에 지친 우리들에게 잠시의 여유(?)와 새로운 영감을 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말고
다시 방탄조끼 이야기로 돌아와서 앞서 설명했던 나일론의 특성으로 인해 특수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그 원단이 바로 ‘캐블라’이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기적의 방탄 소재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이런 소재가 예전에 우리가 고려나 조선 시대에 발견이 되었다면 창이나 칼에 찔려도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줄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저 멀리 중국 땅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전쟁은 안 하면 좋은 것이고 끔찍한 일이기는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일단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 일을 줄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생각을 해보면 얇은 실로 만든 옷감이 칼로 찔러도 찢어지지 않고 심지어 총알로도 뚫리지 않는 것이 참 신기하고 대단한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지금 이야기하는 방검이나 방탄복은 나일론으로 만든 원단 1겹으로 칼날도 막아내고 총알도 막아낸다는 뜻은 아니다. 여러 겹 또는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특수의류가 방탄이나 방검의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방탄조끼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소재가 더욱 발달한다면 꼭 방탄이나 방호복이 아닌 신체 보호를 위한 더욱 다양한 테크 웨어를 입고서 위험하거나 극한의 환경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