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지 Nov 06. 2024

생을 깨닫는 자기 결정

페터 비에리, 자기 결정

경주 독립 서점에서 여행 중 읽을만할 얇은 책을 고르고 있었다. 성향상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을 선택하기 쉬웠을 것이나 [자기 결정]이라는 일련의 자기 계발서? 또는 심리학 관련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런 것에서도 별거 아니지만 평소와 다른 선택이 주는 나름의 신선함도 있었고 인문 서적이라는 점에서 나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 되어 주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책의 말미와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타고난 것들은 결정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갈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존엄성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철학으로 ‘자기 결정’을 제시한다. 상황에 휩쓸리거나 타인에 휘둘리지 않고 모든 삶의 변곡점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스스로 결정할 때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
“이 책은 처세술 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훌륭한 상담자와 이야기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자기 자신으로의 여행을 과감히 실천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 노이에 취리히 차이퉁


이 책은 페터 비에리가 강의한 내용을 엮어 모은 책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구어적인 측면의 문체가 두드러진다. 그렇기 때문이 오히려 더 이해하기 쉽고 받아들이기에도 어렵지 않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한 인간, 사람, 개인을 구성하고 있는 자아의 개념에서의 ‘자기 결정’의 의미를 알게 하고 이것이 작동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것은 개인의 내면적인 측면과 더불어 사회, 문화, 타인이라는 외적인 측면에서 더 나아가 세상과 세계를 살아가는 ‘나’에 대한 회고를 이끌어낸다. 결국 360 도 변해서 도돌이표로 돌아온다는 어떤 농담에 나는 이 책을 읽고 이전에 나와 지금의 나는 같지만 다르다고 반론하고 변론할 수 있을 것이다.


내적 독립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 앞서 저자는 개인이 가진 내면의 인격을 난쟁이로 표현한다. 개중에 큰 난쟁이는 큰 인격으로 보편적이며 보여지는 나를 이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작은 난쟁이란 큰 인격 안의 작은 인격으로 소리 없이 일하는 무의식을 표현한다. 하지만 자기 결정이라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생각으로 인한 선택이 아니라 그동안 본인이 경험하고 이해하고 이런 것들을 수정, 보완하거나 재정립한 것들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는 '자기 결정'을 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자기 결정권을 이야기하는 것의 가장 큰 실재라고 설명한다.


이때 나는 다시금 독서의 힘을, 그리고 망치에 얻어맞은 것 같은 완벽한 파괴를 경험했다.


이전까지의 나, 또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무결점이다. 이것은 일종의 완벽주의적인 측면보다는 변수 없음을 가장 큰 미덕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세상 모든 것을을 내가 통제할 수 있기를 바랐고, 그럴 수 있다는 믿음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우리가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자기 결정의 시작이라니! 앞으로 이 책을 계속 읽고 이해하려면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고 이해했던 가치관을 완벽하게 버려야 한다는 도전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기 결정을 위한 내면 세계를 탐구하는 것에 목적을 두면 자기 자신과의 거리 두기를 진행하게 된다. 이것은 인식과 이해의 거리와 자신의 경험에 대한 평가의 거리이다. 이는 인식과 이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 의심해 보는 것인데 이것을 단순히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여러 다른 이유로 나의 인식과 이해가 생겨났음을 살피는 것이다. 또한 경험과의 거리 두기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능력이 기인된 어떤 정제된 사건이나 사고들이 아니라 일차적인 감정에 조금 더 초점을 두어 자신을 이해하고 현재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반부 서술에서는 대개 자기 결정과 인식에 대한 개인의 의식적인 측면에 초점화를 두고 있는데 이것이 아주 흥미롭다. 자신이 알고 있고 이미 경험한 것들에 익숙해질 것이 아니라 그것들 또한 나의 선택이었고 앞으로 또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할 때 이러한 경험과 인식이 충분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깨어야 할 것, 또는 부숴야할 것은 내가 알고 보고 이해하고 선택하는 것이 모두 내 의지가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이리라 생각되었다.


아주 얇고 가벼운 책이었지만 정리를 하려고 보니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고 생각이 되어 이번 글에서는 개인의 인식에 대해서 서술해 보았고 다음 화에서는 문화와 사회라는 외적인 요소가 개인의 자기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 보려고 한다.

이전 27화 무의미의 유의미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