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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by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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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살면서 마음이 꽂히는 또는 내 관심사나 에너지, 정신이 몰두되는 화두가 있다. 따라서 11월 말부터 12월까지의 나의 회두 중 하나는 바로 <이사>였다. 나는 이사를 준비 중이다.


일전에 내 인생에 한번 집을 나간 적이 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것은 출가라고 부르는 것이 좋았겠으나 어쩌면 내가 스무 살 이상의 사람이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되면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깨달았다는 점은 불유쾌한 사실이다. 다시 말하자면 성인이 된 누군가가 집을 나가면 그 사람은 아무리 가족이 있다 하더라도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왜인지 무섭지만 또 한편으로 안도가 되는 이야기랄까.


본론으로 돌아가, 그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갑자기 나가게 되어 원룸을 얻었고 아무것도 없이 이불만이 덩그러니 있는 그 방에서 나는 엎드려 엉엉 울기도 하고 일을 마치고 집에 드러와 드러누워 엉엉 울기도 했다. 그렇게 4 년을 그 집에서 살았다. 역 근처라서 좋았고 근처 씨유 편의점 할아버지도 좋았다. 무엇보다 건물주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좋아했다. 할아버지는 깐깐한 늙은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깔끔쟁이였다. 건물을 늘 락스 청소했고 나에게 콘센트를 갈아 붙이는 법, 전등을 가는 법 등을 가르쳐 주었다. 흔들리는 세탁기를 지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닫힌 욕실 문을 여는 방법도, 이런 것들을 왜 배우려 하냐고 타박했지만 나는 할머니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기나 하라는 말로 주인 할아버지를 다그치기도 (?) 했다.


그렇게 2 년이 지나고 할아버지는 어떤 아저씨에게 이 집을 팔았고 어떤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부부로 이 집을 돌보게 되었다. 그 뒤로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저씨는 집에 자주 없는 듯했고, 내 방에는 바퀴벌레가 출몰했으며 그 시기가 점차 줄어들었다는 점이 (메모장에 등장할 때마다 적어 두는 집요함을 보였는데 한 달에 한번 나오던 벌레가 3 주 2 주 그렇게 일주일에 한번씩 나오기까지 했다) 나를 미치게 했다.


그렇게 다시 본가로 돌아가게 되었고 시기를 보니 딱 4 년이 되어, 나는 다시 집을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야반도주처럼 (?) 하지 않으리라는 다짐과 함께 나는 전세 대출과 아파트를 알아보게 되었고, 연이어 운이 좋았던 것인지 수리 공사와 함께 혼자 거주할 수 있을 정도의 오래된 아파트를 계약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출을 알아보는 중 34 세 미만까지 가능한 청년 버팀목 대출을 신청하여 기다리는 중이다. 이건 연소득 5천만원 미만, 소유 재산 3억 이하인데. 이런 건.. 대개 많은 사람들이 충족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마저도 기금e든든이라고 모바일에서 신청한 뒤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2017년 다단계 비슷한 교육 회사 (미친것..)에 있을 때 만들어 둔 과외 개인 사업자 때문에 막혀 현재 의의 신청을 걸어 두고 대기하는 중이다.


여기까지가 과거와 현재의 이사를 바탕으로 한 나의 서사이고 그래서 이사라는 게 뭔가,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조금 더 추가적으로 추상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나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한 가지를 끝까지 고집스럽게 추구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사라는 건 나에게는 굉장한 나름의 스트레스, 변화의 시발점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제대로 하는 게 또 나의 일면의 성격이랄까. 모쪼록 이 이사의 과정이 잘 해결되어서 내가 또 새로운 하지만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 둘러보고 보살펴 볼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되면 좋겠다.


아무튼 이사를 한다는 건 꽤나 괴로운 일이다. 날이 추워서 그런가, 내 마음도 조금 더 걍팍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구구절절 이야기를 써 보니 그것도 그것대로 마음이 좋아지는 듯하다. 아무튼 이 괴롭지만 행복할 이사가 잘 마무리되기를 빌어본다, 물론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가장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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