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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너무나 일상적인

by 지지

중년 남성에게 손깍지를 끼고 안겨 들려지는 여자

감사합니다 파이팅이라고 말하며 학원 버스 운전기사에게 음료수를 건네는 중학생

두꺼운 털 코트에 외국어를 쓰며 진한 화장을 하고 분홍색 캐리어를 든 채 전화하는 여자


이 모든 것이 내 프레임 안에 존재하는 것들


신경 쓰지 않고 모르는 체

그렇게 또 모르는 채

보지 않고 또는 보았다고 하더라도 넘겨짚을 수 있게

넘겨짚을 수 있도록

설계된 어떤 현상이라고


세상은 너무 복잡하지 맞지


내가 어떤 것에 더 주목할 것인가를 고를 수 있는

정도의 자유 의지만이 주어질 뿐


선택의 선택도

과연 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


/


퇴근 후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 또는 먹고 나서 조금 걷는 편이다. 나의 주의력 결핍에 의해 나는 걷는 길뿐만 아니라 주변 상황을 구경하는 것에 재미를 두는 편인데, 그때 썼던 이야기이다. 물론 실제로 내가 본 것들이기도 하다. 세상에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은 어쩌면 피곤하고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보편적이지 못한 일일 수도 있으나, 그런 것들이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해 삶의 이유마저 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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