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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틴틴문 Feb 05. 2020

맛있는 쌀국수와 불쾌했던 팟퐁야시장

서민 음식 쌀국수와 수 많은 홍등가

태국 방콕


서민 음식 쌀국수

  식사는 가볍게 해결하기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하지만 알고 있는 곳이 없었으므로 일단 걷기로 했다. 잠시 후 한국의 여의도처럼 높은 빌딩이 있는 깨끗한 동네를 지나게 되었다. 더 걷다 보니까 조금은 허름하지만 식당가가 나타났다. 식당 앞 인도에는 노점상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았다. 퇴근하는 직장인, 가족끼리 가볍게 외식하러 나온 태국인들이 보였다. 그들은 거창한 걸 먹고 있지 않았다. 가볍게 쌀국수를 먹고 있었다. 허기를 느껴서 인자해 보이는 노점상 할아버지께 국수 하나 말아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면이나 넣을 걸 선택하라고 하는 듯 태국어로 내게 질문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는 잘 모르겠으니, 옆에 손님 것처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먹음직스러운 쌀국수를 금세 말아서 주셨다. 면을 육수에 넣어 삶고, 같이 들어갈 고명들을 삶았다. 그리고 야채를 넣고 그릇에 몽땅 담았다.





  솜씨가 좋았다. 면은 아주 부드러웠고, 육수는 진하고 간이 딱 좋았다. 특히 고명으로 넣은 어묵과 튀김이 맛있었다. 물론 노상이라 위생은 좋다고 말할 수 없었다. 숟가락이랑 젓가락을 제대로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고, 길가에 있는 노상이라 탁자엔 먼지로 가득했다. 하지만 저렴하고 끝내주게 맛있는 쌀국수를 맛볼 수 있는 건 큰 영광이었다. 우린 서둘러 먹고 일어났다.






팟퐁 야시장에서의 불쾌한 기억

  우린 근처에 있는 팟퐁 야시장으로 향했다. 팟퐁 야시장은 방콕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라 가이드 북에 쓰여 있었다. 최대 야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상당히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었다. 의류, 전자제품, 기념품들로 가득했다.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였다. 돌아다니다 보니 우린 맥주가 생각났다. 맥주 한 잔 할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언제 우리를 봤는지, 골목에서 두리번거리던 호객꾼이 따라붙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우린 술집을 찾는다. 나를 따라와라. 


  호객꾼은 복잡한 골목 안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이어지는 통로 앞까지 우릴 안내했다. 우린 겉에서 간판을 살폈다. Bar라는 글씨가 보였다. 일단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곳이란 판단이 섰고, 우린 호객꾼을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2층에 올라가자 어두 컴컴한 Bar의 내부가 보였다. 상당히 낙후된, 어쩌면 시골에서 볼 법한 단란주점 홀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다. 어김없이 여기에도 긴 봉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래서 스트리퍼가 춤을 추는 go-go bar임을 알 수 있었다. 돌아가려고 하니 우리를 말렸다. 맥주 한 잔만 마시고 가라는 거다. 그래서 우린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나와 재홍이 앉자마자 어디 있었는지 모를 여자들이 몰려왔다. 자신들에게 술을 사달라고 하는데, 우린 전혀 사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우리가 싫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의 말을 무시하고 한 명씩 차례로 술을 가져왔다. 이건 뭐하는 상황이지 싶었다. 나와 재홍은 우리가 술을 사는 게 아니라고 강조햇다. 


  이들은 며칠 수분을 섭취하지 못한 여자들처럼 벌컥벌컥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약 7명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거 같았다. 가볍게 술을 마시려고 했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거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한 병씩만 마시고 일어나자고 재홍과 의견을 교환했다. 왠지 기분이 쌔- 했기 때문이었다. 


  한 여자가 우리 앞에 등장했다. 그녀는 깡마르고 병에 걸렸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혈색 좋지 않은 여자였다. 그러더니 우리 면전에 대고 다리를 벌렸다. 탁구공을 자신의 중요 부위에 넣고 우리에게 발사했다. 나와 재홍은 겁에 질렸다. 우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대로 향한 우리를 맞이한 여주인은 상당히 드세 보이는 중년 여성이었다. 계산을 하려고 봤더니 맥주 2병 주문했을 뿐인데, 3,000바트(한국돈 약 114,750원)를 우리에게 요구했다. 나와 재홍은 황당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대답했다. 여주인은 마치 화가 난 듯 저기 여자들 것도 계산해야 한다고 소리 질렀다. 정말 저 작은 체구의 중년 여성이 어떻게 장비처럼 쩌렁쩌렁 소리를 지를 수 있는지 놀라웠다. 그러나 나는 한국에서 온 호구가 될 수 없었다. 지지 않기 위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여주인은 지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어둠 속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약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깍두기가 우리 쪽으로 걸어와서 옆에 섰다. 마치, 마담이 여차하면 우릴 보내버릴 거 같았다. 태국은 살인을 저질러도, 바다에 던져 버리거나 경찰에게 뒷돈을 주면 가볍게 해결할 수 있단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이럴 땐 협상을 하는 게 상책이다. 3,000바트는 솔직히 줄 수 없다. 나중에 외교부를 통해서 항의하면 당신들도 곤란해질 거다. 그러니까 그것에 절반인 1,500바트를 주겠다. 그 이상은 절대 줄 수 없다고 소리쳤다. 그랬더니 여주인도 손해 볼 건 없다는 듯 알았다고 했다. 아마도 여자들이 마신 건 술이 아니라 물이었겠지.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거다. 어차피 다시 상대할 일이 없는 외국인이니. 나와 재홍은 서둘러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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